벌써 거리엔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눈에 띄고 캐럴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왠지 설레는 이 마음은 이맘때면 으레 겪는 어떤 습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넘어와 양말 속에 몰래 선물을 넣어 주고 가는 줄 알았던 추억, 철들어 가면서 산타 할아버지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을 알았을 때의 허탈감을 기억한다.
청년이 되면서 크리스마스만 되면 예쁜 여자친구랑 같이 자정미사에 참석하고 싶었던 꿈을 꾸곤 했다.
그러나, 해마다 겪는 나의 청년시절 크리스마스는 홀로 쓸쓸히 명동성당 언덕길을 내려오는 것으로 막을 내림으로써 내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집 거실엔 아주 오래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이맘때면 어김없이 장식된다.
구두쇠로 소문난 나의 아내는 십년도 넘는 트리를 일년에 한번을 위해 곱게 싸 두었다가 풀어 놓곤 하는 것이다.
나의 유학 시절 경험한 미국사람들의 크리스마스는 배울 것이 많았다.
마치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돈을 벌고 일하는 것처럼 이맘때면 연중 가장 큰 세일기간을 이용해 아낌없이 쓰고 성대한 축제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들의 크리스마스는 아주 가족중심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국에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크리스마스 장식과 벽난로 주위에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집집마다 정원이나 현관 입구엔 마치 시합이라도 하듯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크리스마스 꽃이라고 하는 포인세티아로 장식을 한다.
그리고는 정성이 담긴 선물들을 교환한다.
우리나라처럼 흥청망청 거리에서, 술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아니고, 또한 값비싼 선물들이 아니라 아주 소박한 마음의 선물들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나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 지극히 가난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나를 비워야겠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신나는 캐럴에 묻혀,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기다리는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들을 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하진(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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