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는 '女人천하'...자유연애도 가능

입력 2003-12-16 09:57:00

"신라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렸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 대해 각계에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한 가운데 신라사회 전반을 다룬 학술회의가 경주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경주시와 신라문화선양회는 제25회 신라문화제 학술회의를 16일 오후 1시부터 경주 보문단지내 현대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는 좥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을 통하여 본 신라의 인물좦. 행사를 주관한 경주문화원은 "기본사료를 면밀히 연구한 학술회의를 통해 사람들이 신라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논문은 영남대 국사학과 이형우 교수의 좥삼국사기, 열전을 통해 본 신라 여성좦. 이 교수에 따르면 삼국사기 열전에는 여성을 주제로 다룬 경우가 3건 있으며, 그 중 2건이 신라의 여성으로 잘 알려져 있는 효녀 지은과 설씨녀전이다.

또한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지만 김유신, 강수 등 유명한 인물의 열전에 그들의 어머니 또는 아내로서 훌륭한 삶을 살아간 여성들도 적지 않게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신라의 선덕, 진덕, 진성 등 세 여왕의 존재는 우리 민족사 전체를 통해서도 예를 볼 수 없다"며 "이를 통해 신라에서는 여성의 지위, 역할이 남자 못지 않게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가적인 효와 예가 여성에게도 똑같이 강조됐으며, 부역에도 여자가 동원됐으며 어느 정도의 자유연애를 통한 혼인도 행해졌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강영경 숙명여대 교수도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유교적 관념 속에서도 아들.딸, 남성.여성에게 똑같이 유교적 덕목이 요구됨으로써 신라 사회의 여성이 남성과 동등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7세기 통일 전쟁기의 순국인물 분석좦논문을 발표한 대구가톨릭대 사학과 강종훈 교수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들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전쟁에 임했다"며 "이같은 강렬한 국가의식은 신라로 하여금 전력의 열세를 상당 부분 만회하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원동력을 신라인들의 투철한 국가의식에서만 찾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지만 이같은 의식이 있었기에 약소국 신라의 삼국통일이 가능했으리라는 말을 완전히 틀린 것으로 돌리기도 어렵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경북대 이문기(역사교육학) 교수가 금관가야계의 시조출자(始祖出自) 관념과 칭성의 변화, 대구대 이명식(사학과) 교수가 신라 중고기의 장수, 이사부고 논문을 각각 발표했으며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였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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