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닭 전문점 지영조씨-고객 입맛 맞춰 '더 빨리 더 맛있게'

입력 2003-12-15 09: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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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산격동 경북대 후문앞에서 찜닭 전문점 '왕추'를 운영하는 지영조(38)씨. 창업시장에서 '안동찜닭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대다수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지씨 가게 간판은 3년째 '굳건히' 달려 있다.

지씨의 말을 빌리면 지난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던 대구시내 안동찜닭 전문점의 80% 이상이 폐업했다.

유행만 바라보고 가게문을 열었던 창업주들이 실패의 쓴 맛을 본 것.

하지만 지씨는 월 1천3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절반 가량의 순이익을 남기고 있다.

가게 규모가 작아 매출이 더 이상 오르진 못하지만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경북대 부근 대다수 가게 월세가 경기부진으로 떨어지지만 지씨의 가게는 오히려 월세가 올랐다.

지씨는 2001년 8월 보증금 2천만원에 월 30만원의 가게세를 주기로 하고 이 곳에 문을 열었다.

고향이 안동인 지씨는 어렸을적 고향에서의 찜닭맛에 착안, 찜닭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다른 곳은 다 죽었는데 저는 왜 살아남았냐고요? 끊임없이 가게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고객의 입맛에 다가갔죠. 매일매일 달라지자는 각오로 뛰었더니 결과가 오더군요".

그는 개업 후 가장 먼저 '제조시간 단축'에 노력했다.

지씨 자신은 물론, 함께 일을 하는 아내도 요리를 제대로 몰라 개업당시엔 한 접시를 만드는데 무려 40분이나 걸렸던 것.

지씨는 아내와 함께 연구, 미리 고기를 익혀놓는 방법을 통해 조리시간을 40분에서 5분으로 줄이는 '개선'을 이뤄냈다.

그리고는 '공정 단축'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300만원짜리 식기세척기도 도입했다.

다음은 독특한 메뉴 개발이었다.

고향마을의 특산물 '빨간 물김치'를 개발, 손님들에게 내놨다.

대성공. 찜닭이 아니라 빨간 물김치를 사러 오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

퓨젼음식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을 겨냥, 찜닭위에 튀김과 떡볶이 등을 얹는 '언저 찜닭'도 개발했다.

다른 찜닭집은 큰닭 반마리를 사용, 1그릇을 만들어내지만 지씨는 작은닭 1마리를 넣어 '왕추(王雛)'라는 메뉴를 만들어냈다.

1마리를 모두 넣는다는 인식을 손님들에게 심어준 것. 결국 마진율이 높아졌다.

지씨는 구멍가게도 과학적 경영을 하지 않으면 한달내에 망한다고 했다.

그는 '왕추'라는 상호를 특허청에 상표 및 서비스표 등록까지 해놨다.

구멍가게에서 브랜드가 탄생한 셈이다.

"저희 가게 간판에 붙은 글씨체는 유명한 서예가 집앞에서 며칠을 기다려 겨우 받아낸 것입니다.

목표를 위해서는 정성을 쏟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배달갈때는 '왕추'가 적힌 옷을 입고 다니고, 제 캐릭터까지 만들어 돌리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갖고 접근하니 고객이 절로 늘더군요".

그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출퇴근 체크기계까지 들여놨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아르바이트생조차 정확한 근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학졸업 후 일본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장사를 합니다.

유학시절 일본 소상공인들의 장인정신에 감동을 받았거든요. 귀국 후 택배세탁, 돈가스집 등을 시도했다가 실패도 맛봤습니다.

몇 번 실패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도 컸지만 오늘을 위한 투자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씨는 찜닭집을 경영하면서 홈페이지까지 개설해놓고 있다.

미래의 고객에 대한 사전홍보인 셈이다.

"저는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특허청 세미나를 다니고, 창업박람회, 판촉물전시회 등에 다닙니다.

구멍가게 주인들도 배우고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053)959-003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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