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연 '고대사'학술대회

입력 2003-12-15 09:06:53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하거나 왜곡.축소하는 경향은 당대(唐代)까지 거슬러 오르는 역사깊은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규 서울대 교수(동양사학.사진)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장을병.이하 정문연) 주최로 15일 정문연 대강당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선사 및 고대사 연구의 방향'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중국 고문헌에 나타난 동북관'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역사상 중국 왕조의 '동북'은 하북성 동북부, 내몽고 동부, 만주와 한반도 및 일본열도까지 포괄한 광대한 지역이었다"면서 "현대 중국이 중국사의 범위를 '현재의 중국 영토 내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로 설정하는 것은 전통적인 천하관과 화이관에 입각한 동북관을 계승.발전시키는 경향성"에 다름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고문헌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이 언급되지 않거나, 삼한의 통일로 축소기술된 것에 주목해 "삼한과 삼국의 무리한 등치는 삼국 전체를 소멸된 중국 군의의 고지로 주장하고 그 신속(臣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논리의 고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대 이후 중국 사서에는 '신라의 삼국 통일'이란 개념조차 없었을 뿐 아니라 고구려의 존재를 시사하는 기록과 함께 그 족속된 고씨 고구려가 왕건에 의해서 대체되고 이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것을 '삼국통일'로 인정했다"고 지적하며 그 대표적인 문서로 송대에 편찬된 '책부원귀(冊府元龜)''당회요(唐會要)''신당서(新唐書)' 등을 들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오류는 중국 측이 원하지 않는 '신라의 삼국 통일'을 근원적으로 말소하고 삼국통일을 한반도 안의 사건으로 국한시킬 수 있는 훌륭한 근거"인 동시에 "실체가 애매한 고구려 멸망 이후의 '고구려'를 반도 내로 밀어 넣는" 훌륭한 구실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 기록한 것은 유서가 깊은 일"이라면서 "틀린 것을 알면서도 역사를 왜곡 기술했던 이들의 의도와 그를 기반으로 형성된 동북관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오늘날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술대회에서는 신종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의 '단군신화 연구의 제문제'와 임기환 한신대 학술원 연구원의 '고구려사 연구의 제문제' 등의 논문 발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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