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지구당으로 번지고 있다.
12일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덕배(金德培) 의원의 '지구당 거액살포' 고백 이후 전국 227개 지구당에 뿌려진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에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권.김 의원의 고백을 '좌충우돌식' 발언으로 폄훼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정황상 진실 고백일 가능성이 커 검찰수사가 지구당에까지 미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권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지구당에 지원된 금액은 1억2천만원이며 다른 지구당도 1억원을 전후한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안동시 지구당만이 아니라 대구.경북지역 지구당에도 비슷한 규모의 불법 대선자금이 건네졌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권 의원은 "1997년 대선 때보다 지원이 많았다는 게 모든 지구당위원장들의 얘기"라며 "싸움이 치열한 곳은 더 보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선 막판 각 지구당에 지급된 실탄 규모가 공식회계 처리된 대선자금의 2~4배에 이를 것이란 게 대구.경북 지역 지구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증언'이다.
대구지역 모 지구당의 경우, 중앙당 계좌에서 지급돼 선관위에서 회계 처리된 돈은 4천만원선에 이르지만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채 대선기간 동안 두차례에 걸쳐 지급된 돈이 8천만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지역 모 지구당도 대선자금으로 회계처리되지 않은 돈이 1억원대라는 증언이 나왔다.
한 지구당 관계자는 "당비를 거둬 중앙당에 건넨 뒤 다시 되돌려받는 형식이었다"면서도 "당비보다 많은 액수를 두세 차례 받아 돈을 쓴 뒤 대선 직후 모두 정당 활동비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구당 관계자도 "선거기간 중 중앙당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정당 활동비로 편법운용하는 관행이 있어왔으며 지난 대선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의 주장에 근거, 모든 지구당(227개)에 1억원씩 내려갔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지구당 지원금 규모는 227억원에 이른다.
김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내 지구당 통장으로 7천만~8천만원의 선거자금이 지원됐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으로부터) 정치자금과 선거운동비 명목으로 들어왔는데 그 중 3천만원은 법적 선거자금으로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전체 지구당 지원금 규모는 150억~180억원에 달한다.
파문이 일자 김 의원은 지원금 규모를 5천750만원으로, 다시 3천만원으로 두 차례 수정했지만 의혹을 해소하진 못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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