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년 280그루 '잘리고, 뽑히고...'

입력 2003-12-13 11:15:42

"가로수가 아파요!"

대구시 수성구청 홈페이지의 초기화면에 12일 이색적인 글이 올라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규택 구청장이 직접 올린 이 글은 해마다 이유없이 잘려나가는 수난을 거듭하고 있는 한 도로변 등나무의 고달픈 사연을 담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범어네거리 남쪽 횡단보도를 잇는 중앙분리대에 심어놓은 등나무 6그루. 유난히 긴 이곳 횡단보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을 등나무 6그루는 최근 누군가에 의해 톱으로 잘렸다. 지난해 봄 구청이 심은 이 나무들은 그해 가을에도 톱으로 잘리는 수난을 당했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 구청장의 글은 몰지각한 양심에 '섭섭함'을 나타내면서,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는 고마운 가로수를 사랑해 달라"고 했다.

가로수들이 '몰래 수난'을 겪고 있다. 영업에 방해가 된다거나 통행에 불편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이 가지를 꺾거나 뿌리째 파버리는 것.

대구시에 따르면 올 한해 무단으로 나뭇가지가 잘려나가거나 통째로 제거된 나무는 모두 280그루로 무단 훼손에 대해 부과된 변상금만 2천300만원이다. 서구 중리동의 경우 광나무 144그루의 나뭇가지가 무단으로 가지치기를 당했고 달서구 장기동의 등나무 30그루가 뽑혀졌다. 동구 동신교~청구네거리 플라타너스 17그루와 수성구 재개발지에 있던 은행나무 7그루도 팔을 잘렸다.

구.군 녹지담당자들은 "간판이 나뭇가지에 가린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가로수 가지를 자르고 고사시키거나, 날카로운 송곳으로 나무에 낙서를 해 상처를 내는 일이 잦지만 일일이 적발하기가 어렵다"며 "시민 공동의 재산인 가로수에 애착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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