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및 대북송금과 관련해 있었던 일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입
장을 지켜왔던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에 대한 법적 판단이 1심 구속만료 시점을 나
흘 앞둔 12일 내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대북송금 사건의 마무리로 볼 수 있는 이날 판결의 관심은 대북
송금 사건보다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쪽에 기울어 있었다.
이날 선고공판 직전 변호인측은 "2000년 4월 14일 밤 서울 문예회관에서 열린
이해랑 연극제 시상식에 참석한 박 전장관이 연극 '세 자매' 관람후 출연진 등과 함
께 찍은 사진이 있다"며 "당시 이익치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라며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이 사진이 4월 14일에 찍은 것이 맞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이상 재판부가 관련자
들의 진술을 좀 더 들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섰고 심사숙고
끝에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며 판결 선고를 강행했다.
검찰이 '2000년 4월 중순' 뇌물이 건네졌다고 기소한 부분을 '2000년 4월 14일'
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사진을 찍은 날짜 역시 검찰측이 확보한 진술과 다른데다
이익치, 김영완씨의 증언에 대해 신빙성을 인정한 이상 사진이 새로운 쟁점을 만들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실게임'의 주인공들인 이익치, 김영완씨의 증
언은 받아들여졌고 재판부는 "배달사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일단락지
었다.
재판부는 당시 카지노 사업 허가는 문광부 소관이었고 문광부가 앞서 수차례 현
대측 요청을 거절했다 해도 '정상회담 준비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 뇌물이라고 인정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봤다.
특가법상 뇌물죄의 법정 최저형이 징역 10년인 점을 감안, 징역 12년이 선고됐
지만 CD로 건네진 150억원의 만기가 2000년 5월 8일과 7월 7일, 10월 1일 등이었으
므로 할인율을 감안, 추징액은 147억 5천여만원으로 계산됐다.
이날 박 전장관은 피고인석에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판결
내용을 들었다.
재판 후 방청석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근심스런 얼굴로 앞으로 몰려왔고 일부
는 눈물을 훔쳤지만 박 전 장관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검찰측에서는 김종훈 특검보만 나와 조용히 판결을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변호인은 "신문과 인터넷을 뒤지며 겨우 찾아낸 알리바이 증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뇌물 사건은 물론, 북송금 사건도 형량과 관련해 항
소해 법적 판단을 다시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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