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문제의 해법을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전 총재가 전면에 나서 모든 것을 털어내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 전 총재를 압박하고 있으나 이 전 총재측은 아직은 때가 안됐다며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 현대자동차측으로부터도 100억원을 받은 사실이 12일 추가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난 불법자금만 502억원에 이르자 경악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제 무언가 근본적인 카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카드는 바로 이 전 총재의 고해성사다.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 규모와 모금 방식 등을 모두 밝히고 사법처리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에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가 1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것 이외에는 길이 없다.
어떤 변명이나 사술, 말재간은 통하지 않는다"며 "대선자금을 공개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도 바로 이 전 총재의 고해성사를 촉구한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내에서는 대선자금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이 전 총재가 감옥에 가야 당이 산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 전 총재의 자기희생이 선행돼야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역공도 가능해지며 내년 총선의 승리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의 대선자금문제 정공법 선언은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한 측근은 "당분간은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수사실을 하나씩 발표하는 것을 보면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도 서울 옥인동 자택을 방문한 인사들에게 "정권이 노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한나라당이며 결국 내가 뒤집어쓰더라도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 대선자금에 대해 다 알지도 못해 지금 당장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이같은 입장에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그는 "안풍(安風), 세풍(稅風) 등 1천억원이 넘는 사건이 터져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때도 당이 하나로 단합해 이겨냈다"면서 "지금은 서로 싸우지 말고 한나라당을 지키고 살려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당 지도부의 고해성사 압박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기 않았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이같은 버티기는 얼마 가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압박은 차치하고라도 향후 검찰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 모금 뿐만 아니라 쓰고 남은 대선잔금의 향방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이 전 총재가 어떤 형태로든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선 잔금 문제까지 불거지면 이 전 총재측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도덕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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