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루어진 형태만을 가족으로 인정한다.
그 외의 가정은 비정상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적지 않으며 법적으로 이를 차별하는 제도가 민법상 호주제이다.
그러나 결혼은 줄고 이혼은 늘어나는 현실은 더 이상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정상적'인 가족만을 고집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결혼, 이혼, 재혼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가족 해체의 배경에는 여성들의 의식이 변화하는 데 비해 남성의 의식은 제자리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혼의 주된 이유로 배우자의 부정이 꼽히지만 이는 과거보다 남편들의 외도가 늘어서라기보다는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인내하는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진행에 따른 변화라는 주장도 있다.
가족을 둘러싼 행위와 가치의 변화는 세계화 혹은 전 지구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평등을 요구하며 전통적인 가족 제도를 변화시키거나 변화에 압력을 주는 현실은 실제로 우리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논의 역시 같은 궤도에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인해 탄력적으로 바뀌어가는 가족 형태가 현실에서 무리없이 자리잡고 있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낮은 출산력과 노인 인구의 증가는 가족 형태 변화의 또다른 원인이 된다.
이는 부부와 자녀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손자녀, 삼촌과 사촌, 심지어는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까지 가족 관계를 형성시킨다.
나아가 사이버 공간의 가족 모임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패밀리(family)를 줄인 '팸'은 사이버상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가족을 형성해 일상사를 꼼꼼히 챙겨주는 독특한 커뮤니티다.
이들은 엄마, 아빠, 형 등 호칭을 자연스럽게 붙이고 촌수를 매기고 족보도 만든다.
채팅을 통해 만나고 사이버 예식장에서 가상 결혼식을 한 뒤 인터넷에서 동거하는 경험을 하며 아이까지 낳아 기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결혼관이나 가족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정보화시대 대안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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