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신문사설-"북벌정책 국내 정치용 드러났다"

입력 2003-12-12 09:14:18

1654년과 1658년 두 차례에 걸친 러시아 정벌에서 우리 조총부대가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북벌을 주장해온 정치인들은 희색이 만연하다.

실제로 이번 정벌은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군사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 조총부대의 완벽한 승리에 정부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전력증강 정책이 마침내 가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실 정부는 병자호란 이후 본격적인 군비증강에 나서왔다.

중앙 상비군인 금군을 1천명, 훈련도감 군사를 1만 명으로 증원하고 농민으로 이루어진 어영군을 2만 명으로 늘렸다.

이밖에 지방군인 속오군도 강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선정벌은 북벌정책의 정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사실 그동안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북벌정책이 실제 북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국내정치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북벌을 정부정책으로 표방함으로써 비상체제 분위기를 조성, 붕당간의 다양한 의견을 잠재우고 백성의 불만을 억누르려는 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나선정벌은 북벌의 대상인 청의 요청으로 군대를 파병하고 청과 함께 연합작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북벌이 국내정치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비판적 분위기를 감지한 듯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북벌 이데올로기'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부정부패 억제와 기강확립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북벌정책을 강화하자는 측의 주장이다.

우리는 나선정벌과 북벌정책을 무조건 비판하려하지 않는다.

적을 알기 위해 적과 함께 공동작전을 펼쳐보아야 한다는 이조판서 송시열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북벌은 원칙적이고 장기적인 과제이다.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은 민생안정과 국력회복이다.

민생에 부담이 되는 상비군을 줄이고 연중 일정기간만 복무하는 민병제를 확대해야 한다.

북벌이라는 명분에 매달려 실리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 청국에는 화폐와 수레가 일반화돼 있다.

화포와 말로 나라를 일으킨 청국이 이제 경제발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상황이 우리와 천양지차라는 것은 청국을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국이 번영하는 것은 군사력 덕분이 아니라 활발한 경제활동 덕분이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국가재정과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북벌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죽은 명나라가 산 조선인을 죽인다'는 백성들의 불만은 근거 없는 넋두리가 아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역사신문 사설은 역사적 사건 당시 오늘날과 같은 신문이 있었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생각해보는 난입니다.

도움말:한국역사연구회 국립중앙도서관 국가지식통합검색 역사신문 시스템

생각그물

△ 북벌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조선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 '북벌' 외침 속에 숨겨 둔 조선정부의 속마음엔 어떤 것이 있을까.

△ 조선보다 강국이었던 청나라가 조선에 파병을 요구한 배경은 무엇일까.

△ 북벌에 대한 자신의 찬반 입장을 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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