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도둑, 낮에는 건축업자'

입력 2003-12-11 16:18:47

2년반 동안 나흘에 한 번 꼴로 가정집을 털어

수억원을 챙긴 뒤 이를 주택 건축비용으로 써온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11일 주로 새벽 시간대에 상습적으로 가정집에 침입, 수억원

대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야간주거침입절도)로 박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

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1년 6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모두 240여 차례에 걸쳐

서울 은평구.마포구.서대문구 일대의 가정집에 들어가 5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경찰에서 이렇게 훔친 돈으로 그간 은평구 응암동에 다세대 주택 2채를

지어 분양했으며, 은평구 신사동에도 10세대 규모의 4층짜리 빌라를 짓고 있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또 범행이 발각될 경우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쉬'라고 한 뒤 범행 현장에

서 유유히 걸어서 빠져나오는 '대범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결과 박씨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10대 때부터 소년원에 수감되는 등 지금껏

절도 전과 9차례를 비롯해 전과 11범의 경력을 가진 '전문털이꾼'인 것으로 밝혀졌

다.

박씨는 훔친 수표를 피해자들의 도난 신고 전인 은행영업이 시작될 무렵 은행에

서 현금으로 바꿨으며, 이 때 자신과 외모가 비슷한 사람의 훔친 주민등록증을 이용

해 타인 명의로 이서를 하는 수법으로 경찰 수사를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3년 전부터 이 일대에서 새벽 3~6시 침입 절도사건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5~6개월 전부터 피해자들로부터 용의자의 인상 착의를 확보하는 한편 도난당한

수표가 이른 아침 현금으로 교환됐다는 점에 착안, 인근 지역 50여개 은행의 이 시

간대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해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 CCTV 사진을 토대로 서울.경기 지역의 동일수법 전과자 5천400여명

가운데 용의자를 300여명으로 압축한 뒤 다시 구청.동사무소에서 확보한 이들의 사

진을 CCTV와 대조해 1개월전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이 때부터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박씨를 추적해오다 10일 오전 6

시30분께 역시 은평구 구산동의 노모(35)씨 집에서 현금 등 780여만원 상당을 훔쳐

나오던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검거 당시 박씨가 전자충격기와 칼 등 흉기를 휴대하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강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으며, 인접 경찰서 관할의 다른 절도 사건도

박씨의 소행인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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