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본질, 議員 머릿수가 아니다

입력 2003-12-11 11:32:47

이래가지고서야 또 정치개혁이 물건너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국회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확바꾼' 정치개혁안을 주초에 제출한 판에 청와대까지 비례대표를 113명 늘려 총의원정수를 340명 정도로 하자고 뛰어든 것이다.

정치개혁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의원정수 문제로 날새게 생겼으니 초장부터 물건너간다는 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지금 정치판은 적당히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계가(計家)바둑이 아니라 "죽어도 이것만은 내꺼다"하고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싸움바둑'이다.

이 판에 정개협은 현재의 국회의원 정수 '273(지역구227+비례대표 46명)'을 쓸어버리고 '299(199+100)'를 제안했고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은 무려 '340(227+113)'으로 하자고 나섰다.

난해한 바둑판에 '패싸움'을 두군데나 더 만들겠다니 이러면 바둑판은 난투극·장기전(長期戰)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비례대표를 100명 또는 113명으로 늘리자는 양쪽의 의도도 아주 다르다.

정개협은 정책전문성 확대에 비중을 뒀고, 청와대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지역구도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순수한 의미에서 보면 정개협의 생각이 맞다.

지역구의원도 아닌,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 권역별로 갈라먹으면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유인태, 아니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단견(短見)이다.

개혁세력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정치개혁의 화두는 두마리 토끼 즉 '지역주의의 극복'과 '정치자금의 투명화'다.

왜 '두마리 토끼'인가? 둘 다 한꺼번에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욕심이 너무 많다.

우리는 정치권에 둘 중 한마리라도 잡는 방법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치자금' 쪽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염원이 그쪽이다.

정치개혁특위는 당장 4당합의가 가능한 선거운동 및 자금조달·지출방법, 선거범죄 처벌의 실효성 강화같은 돈문제·선거방법문제에 대한 모범답안부터 내놓기 바란다.

의원증원은 최소한에 만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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