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원 '동호회 천막' 시민 운동공간 뺏는다

입력 2003-12-11 11:43:08

"함께 이용해야 할 공원의 배드민턴장에 천막을 쳐 놓고 소수의 회원들만 차지해도 되는 겁니까".

대구의 일부 배드민턴 동호회가 도심 공원 곳곳에 불법으로 설치한 대형 천막식 배드민턴장들이 주변 환경을 훼손하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7일 낮 수성구민운동장 뒤편 범어산 '범어공원' 등산로. 우거진 나무사이로 가로 10m, 세로 20m, 높이 6m가량의 대형천막이 쳐진 배드민턴장이 군데군데 모여 있었다.

ㅂ클럽, ㄷ클럽, ㅎ클럽 등 천막 출입구마다 배드민턴 동호회 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쇠파이프로 기둥을 엮고 주변 참나무에 강선을 묶어 지지대로 삼은 이들 천막은 엄연한 불법건축물. 이곳은 구청이 산림보존지구로 정해 산림 휴식년제까지 실시중인 지역이지만 천막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린나무까지 쓰러져 있었다.

범어공원에만 8개나 있는 천막식 배드민턴장이 대구의 도심공원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 2년 전부터. 원래는 운동장식으로 개방돼 있었는데 바람이 심해 운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이 사비를 들여 지은 것. 그러나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회원들의 주장과 달리 이들 천막식 배드민턴장은 1곳당 30~50여명의 일부 동호회원들에게 독점되다시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할 수성구청은 올 초 이들 불법 천막을 자발적으로 철거토록 알렸지만 회원들의 반발에 밀려 제대로 된 후속 조치조차 취하지 못하고 있다.

'관공서가 체육시설을 확충해주지도 못하면서 회원들이 자비로 마련한 시설을 철거할 수 있느냐. 월 5천원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되어서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 밀려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실정인 것.

이곳을 찾은 박은희(43.여)씨는 "가뜩이나 도심내 공원과 운동 시설이 부족한데 시민 세금으로 유지되고 함께 공유해야 할 공원을 일부 사람들만 차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구청이나 대구시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범어공원뿐 아니라 달서구, 북구, 남구 등 다른 지역의 야산에 조성된 도심공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불법 배드민턴 천막이 수년째 지어졌다 철거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공원지도계 최한석 담당은 "바람막이만 둘러치는 것은 양해해 줄 수 있지만 지붕까지 씌운 것은 불법 건축물로 간주, 명백히 도시공원법에 저촉된다"면서도 "회원들의 집단민원에 밀려 강제적인 조치가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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