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보컬), 정우진(기타), 연윤근(베이스), 손상혁(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혼성밴드 체리필터는 지난해 하반기 가장 큰 화제가 된 밴드였다.
방송에서, 길거리에서 끊임없이'낭만고양이'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1년 후, '오리'를 앞세워 가요계를 돌아온 그들은 지난해의 인기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당당히 증명했다.
지난 5일 늦은 밤 서울 청담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체리필터는 솔직담백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체리필터의 이번 3집 앨범은 지난 4월 작업에 돌입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만들어냈다.
하지만 멤버들은 지금껏 낸 앨범 중 가장 만족한다며 입을 모았다.
지난 1, 2집이 록과 팝으로 그 성격이 양분된다면 3집은 그 교집합을 찾아냈다는 설명. 3집 타이틀 곡 '오리 날다'는 빠른 펑크스타일에 톡톡 튀는 노랫말이 매력이다.
후속곡 '달빛소년'은 모던록 계열로, 보컬 조유진의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목소리가 맛깔스럽다.
3집 앨범 '더 써드 아이'(the third eye)는 대표곡인 '오리 날다'와 '달빛소년' 외에도 정통 록발라드 '스노 맨(Snow Man)', 록과 랩을 혼합한 반전 메시지의 '노 피스 예스 워(No Peace, Yes War?)', 장난기 넘치는 펑크 사운드의 '아싸라비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체리필터, 그들만의 매력
'록'이라는 장르는 아직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리필터가 10대에서 3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고르게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가사와 보컬 조유진의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목소리는 가장 큰 무기다.
또 벌써 7년이나 함께 해온 멤버들의 가족 같은 유대감은 체리필터 음악의 탄탄한 바탕. 멤버들의 실력도 만만찮다.
조유진의 경우 일본에서 5장의 싱글앨범과 정규앨범을 내놓으며 오리콘차트 14위에까지 오른 실력파고 정우진, 연윤근, 손상혁 등도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닦았다.
체리필터의 음악은 딱 부러지게 장르를 정의하기 힘들다.
대중적인 코드 혹은 음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멤버들의 귀에 듣기 좋으면 그게 전부다.
체리필터의 3집에는 스피디하고 호쾌한 연주의 하드코어가 있는가 하면, 정갈한 분위기의 록발라드가 있고,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의 모던 록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런 다채로움 속에서도 로큰롤의 큰 틀 안에서 사운드는 깔끔하게 정리된다.
◇체리필터의 2004년은?
체리필터는 내년을 목표로 일본 진출 여부를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일본 진출 성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 하지만 이들은 드러내고 말하기를 조심스러워했다.
리더 정우진씨는 "섣부른 진출보다는 일본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본 문화, 특히 일본어를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했다.
단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잔치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
드러머 손상혁씨는 "올해 콘서트 활동을 많이 했고 나름대로 준비도 했었지만 돌아보면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며 "내년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준비해 더 많은 도시를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새해를 맞는 체리필터의 각오를 묻자 다들 서슴없이 말했다.
"원래 저희가 시간 관념이 없는 편이에요. 좀 게으르달까, 무계획의 극치라고나 할까. 고쳐야죠, 자신은 없지만…하하…".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