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만난 한나라 물갈이論

입력 2003-12-10 11:19:53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물갈이' 발언이 온갖 당내의 갈등구조를 불거지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당 지도부를 겨냥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으며 최 대표의 '공천혁명' 발언을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역 한 중진의원은 "최 대표가 당헌.당규상의 상향식 공천방식을 뒤로한 채 '영남 현역의원 50% 물갈이' 운운하며 위협하고 있다"면서 "최 대표가 내심 노리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5, 6공 물갈이하자고 하는데 최 대표가 과거 정권에서 가장 수혜를 많이 입었다"는 말도 했다.

향후 공천을 두고 엄청난 불협화음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가 9일 의원총회에서 최 대표를 정면 공격한 것도 당내 중진의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선자금 수수의혹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당이 폭풍우를 만났으면 선원들이 단합해 배를 수리해야 하는데 무슨 의원들은 다 그만둬야 한다느니 50% 물갈이니 떠들고 있다"고 흥분했다.

서 전 대표는 특히 "개혁도 좋지만 지엽적인 문제로 당을 분열시키지 말라"면서 "(최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최 대표를 겨냥했다.

또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순리지 당을 재단하려 해선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의총 직후 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최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쥔 채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나 서 전 대표의 세력을 완전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50% 물갈이설도 권력투쟁 차원에서 부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남 중진들과 서 전 대표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문수(金文洙)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은 "엄격하고 객관적인 공천기준을 제시하겠다"면서 "전과조회를 통해 범죄자를 걸러내고 당무감사 결과 지역 내 지지도나 여론이 안 좋은 경우 공천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으나 반발기류를 누르진 못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아예 "선거를 앞두고 물갈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부적절하게 사용된 전례가 없다"며 "앞으로는 물갈이라는 표현보다는 '신인충원'이란 용어를 쓰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장층이 많은 대구.경북 의원들을 포함한 영남 중진의원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토끼잡이식 여론몰이 압박을 계속 가할 경우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20, 30년 정치를 해오며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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