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김천 삼애농장 주민들

입력 2003-12-10 11:36:03

"합법적인 절차라지만 경매로 집과 전답을 잃은 '한센 가족'들은 돈 한푼없이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김천시 신음동 일대 15만평에 자리잡은 집단 양계단지인 삼애농장의 이원호(68) 회장은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요즘 사람들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 하소연했다.

삼애농장 주민 230여명이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50년 전인 지난 1953년. 척박한 땅을 일궈 집단양계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인한 집단폐사 등으로 양계업이 나날이 하향곡선을 그렸고 이들의 부채 또한 자꾸만 늘어났다.

현재 주민 230여명 중 50여명이 사료값 등이 밀려 한국양계조합에 50여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중 10여명은 이미 집과 전답이 경매에 넘어가 잃었고, 40여명은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다.

게다가 주민 공동소유부지 5만여 평도 압류됐다

이 회장은 "한센가족들이 사는 곳인데도 경매에서 낙찰자가 나왔다"며 "우리가 이주할 경우 재산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 때문"이라고 했다.

삼애농장의 이주 및 신시가지 조성 사업은 김천시의 현안이다.

최근 고속철 김천역사 건립 등으로 개발가치가 높아져 외지투자가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이곳 주민들의 이주 의지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장이 매각된다해도 손에 쥘 돈이 없어 이들의 이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근 주민들이 개별 이주를 어렵게 합의했으나 재산을 잃는 주민들이 계속 늘어나면 갈 곳이 없어져 이주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며 "계속 이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매처분은 채권자, 주민 모두에게 손해"라며 "최근 농장매각 여건이 무르익은 만큼 2, 3년 정도 부채 동결과 이자 탕감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아쉽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근 이같의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와 농림부 등에 보냈다.

채권자인 한국양계조합 영남본부측은 "이곳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정때문에 이미 10년된 부실채권 정리를 계속 미뤄왔다"며 "농장 매각이 당장 쉽지않은 상황에서 채권정리를 계속 미룰 경우 조합이 변상해야 해 손실을 감수하며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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