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가 문학 새 장르 연다?

입력 2003-12-10 09:21:31

'새로운 세대의 문학과 그 바탕을 이루는 정신은 무엇인가, 또 그것은 어떻게 작품화되고 있을까'.

계간 '문학수첩'(발행인 김종철)이 최근 겨울호에서 '신세대 문화 코드와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이란 특집을 마련,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집중 분석했다.

여기에서 거론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출생하고, 1990년대 초반 학번에, 나이가 서른 안팎인 신인들로 최근 작품집을 내는 등 활발한 문단 활동을 벌이는 작가들을 일컫고 있다.

습작기가 짧고 아직 개별적으로 뚜렷한 정체성을 지녔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 작가군은 1980~90년대 문단의 여러 특성들(후일담 문학, 여성 고백체 등)과 구별되는 확고한 성격을 지녔다고 '문학수첩'은 분석했다.

즉 컬러 TV세대로 영상 문화의 본격적인 진입기에 유년기를 보냈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혹은 보며 자란 이들은 단순한 젊음이나 미숙함으로 치부하기에 애매모호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수첩'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차원에서 자전, 관계, 영상, 엽기, 환상, 놀이, 입담 등의 7가지 키워드로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들여다봤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유머 게시판에 연재돼 화제를 모은 뒤 올해 책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된 귀여니의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 이 작품을 '환상'이란 키워드로 해부한 문학평론가 김재국씨는 "10대들의 감수성을 적실하게 파악하고 있고, 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통한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N세대들에게 막연한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나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공간에서 N세대가 주로 생산하는 작품은 대부분 사이버소설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사이버소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우리 문학의 몸을 더 젊고 탄력있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학평론가 김진량씨는 '엽기-배설과 일탈의 경쾌한 질주'란 글에서 "요 몇년 사이 엽기는 유행어이자 문화양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엽기는 우리 사회 하위문화의 한 지류로서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엽기의 상상력이 우리 사회의 굳은 부분, 막힌 부분을 마음껏 '히떡 디빌'수 있을 때 우리 문화는 보이지 않는 자산 목록 하나를 추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채호석씨의 '자전, 당신에게-부끄러움과 황홀경의 부재, 그리고 휘발성의 기억', 김수이씨의 '관계-근대적 소외와 섹스, 그리고 관계의 꿈', 박균수씨의 '영상-소설에 겹쳐진 영화의 얼굴-최근 소설에 나타난 영화적 영향과 전망', 최현식씨의 '놀이-놀이, 시(詩)의 집에 놀러가다', 백지연씨의 '입담-영상시대의 언어와 소설의 변화-인터넷과 시청각 구술 문체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등을 실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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