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독감

입력 2003-12-08 15:46:53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미국 캔사스의 한 군부대에 독감이 돌아 48명이 사망했다.

이때부터 미국 전역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된 이 독감은 1918년 8월 프랑스 주둔 미군 부대에서 2만2천여명이 숨지는 등 1년사이 전 세계적으로 2천만~5천만명이 사망한 사상 최악의 독감으로 전해진다.

이 독감은 스페인 언론에서 최초로 보도함에 따라 '스페인 독감'(에스빠냐 독감)으로 이름 붙여졌다.

▲'스페인 독감'처럼 이후 1957년(아시아독감) 1968년(홍콩독감) 1977년(러시아독감)에 대유행을 해서 그때마다 수십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독감이 피해규모에 따라 10년 또는 30년 주기로 발생을 하자 독감 주기설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래서 의학자들은 수년전부터 '스페인 독감'같은 엄청난 희생을 요구할 독한 독감이 머잖아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면서 그 진앙지로 중국을 꼽아왔다.

아닌게 아니라 올 겨울 중국 이름을 단 무서운 독감이 나타났다.

▲'살인독감'이라 불리는 푸젠A형 독감이다.

작년 중국 푸젠(福建)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확인돼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지난달15일까지 이번 독감으로 미국내에서만 5만~7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경고했다.

그후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주로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달말엔 대만에도 침입, 아시아권의 긴장도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올해의 독감'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는 예방백신을 만들어 세계에 공급한다.

올해는 파나마 A형, 뉴칼레도니아 A형, 홍콩 B형 등 3종의 독감을 올해의 독감으로 지정했는데 엉뚱한 푸젠A형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 세계를 당혹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의 국립보건원도 그런 입장이다.

▲'푸젠A형 독감'은 지난해 국내에서 유행했던 '파나마 A형'의 변종이며, 증상도 일반A형과 비슷한 정도라는 것이다.

또 푸젠A형은 WHO가 올해의 독감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파나마A형은 예상했고 그와 관련한 기존 백신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감은 감기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간단히 생각할 질병은 아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공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병설이 나돌고 있는 유명인들이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전언이고, 외국에서 어린이 희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등 독감은 무서운 병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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