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노숙인과 쪽방 거주자들에게 병원 문턱은 너무나 높습니다".
5일 오후 8시쯤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 지하철역 광장. 따뜻한 밥과 반찬으로 무료 식사를 마친 30~40여명의 노숙인들이 광장 한 편에 세워진 천막으로 하나둘씩 지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들이 찾아든 곳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기다리는 임시 진료소. 차례를 기다리다 진료를 받은 이들은 건네받은 약봉지를 소중하게 갈무리하고 하나둘씩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날 행사는 대구 쪽방상담소가 뜻있는 의사들과 함께 벌이고 있는 무료진료사업.
대구 쪽방상담소 한재흥(44) 소장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이맘 때면 질환을 앓는 노숙인과 쪽방 거주자 들이 부쩍 많아지기 시작한다"며 "그러나 대부분이 진료비는 물론 주민등록조차 없어 최소한의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고 했다.
쪽방상담소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쪽방 거주자.노숙인 의료지원사업'을 펼친지는 벌써 11개월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료진과 대구 적십자병원의 도움을 받아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100여명의 노숙인들을 위한 거리진료를,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대구시내 26개동 쪽방에 흩어져 사는 1천여명의 쪽방 거주자들을 위해 방문진료를 펴고 있다.
"치료를 받으려면 '15만~20만원의 보증금을 내라' '보증인을 세워라'고 하니 이들이 감히 병원에 갈 수 있겠습니까. 또 상당수가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이어서 대구 시립의료원에도 가기가 힘들어요".
한 소장은 '쪽방 거주자.노숙인 의료지원사업' 덕분에 밤새 숨지는 노숙인과 쪽방 거주자들이 줄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심각한 질병이 발견돼 상담소 소개로 적십자 병원등에서 무료진료를 받은 이들만도 1천여명을 넘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3천만원의 1년예산에 후원회비 1천500만원을 보태도 재원은 늘 빠듯했지만, 올 연말로 끝나는 이 사업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갔으면 했다.
그는 "적십자병원이 적자난에 시달리면서도 검진차량을 제공하고 무료치료를 맡아준 것은 병원-자원봉사자-시민단체가 네트워크를 이룬 좋은 본보기"라며 "올 연말이면 이 사업이 끝나게 돼 있어 시나 대형병원들의 후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료소 천막을 나서면 바로 옷깃을 파고 드는 찬바람이 노숙자들을 맞았지만 이날 진료소를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간만에 '삶의 활력'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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