跆拳道協, 폭력배가 점령하다니

입력 2003-12-06 10:36:35

구천서 대한태권도협회장이 지난해 2월 회장 선거과정에서 거물 폭력배를 동원, 상대후보 지지자들의 선거참여를 봉쇄한 뒤 당선된 사실이 검찰에 의해 뒤늦게 밝혀져 구속된 사건은 실로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구씨를 지지해온 대구시협회장 등 협회 전.현 간부들이 구 회장으로부터 금품까지 받아 구속되거나 해외로 도피했다는 사실은 태권도협회장 선거가 폭력과 돈으로 얼룩졌다는 씻을 수 없는 오명(汚名)이라 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태권도협회는 그동안 판정시비, 선수선발 물의, 협회간부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결국 회장선거의 엄청난 부정이 드러나 수많은 태권도 동호인들은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큰 실망을 안겼다.

특히 구천서 회장은 2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폭력과 금품에 의해 선거를 치렀다는 건 그의 도덕성에 치명상이 되면서 정치인과 폭력배의 유착이 사실로 드러난 것도 충격이다.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 한국은 그 종주국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되면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산실'의 효자종목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까지 하게 돼 태권도협회의 대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대한태권도협회나 대구시 등 일부 지방협회가 거의 마비가 될 정도로 자체수습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이번 사건의 전말을 면밀하게 조사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

비리 관련자들을 태권도협회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어찌해서 폭력배가 좌지우지 했는지에 대한 경위를 소상하게 파악, 폭력배의 개입을 원천봉쇄하는 방안도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바로 내년으로 닥친 그리스올림픽대회의 선수선발이나 훈련 등에 자칠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은 '발등의 불'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그동안 태권도협회의 오랜 환부가 터졌다는 점에서 우선 태권도인들이 스스로 나서 자정노력에 적극 동참, 환골탈태(換骨奪胎)된 협회의 모습으로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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