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표 '야당리더'위상 굳혀

입력 2003-12-05 14:06:05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5일 단식을 끝내고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에 반발해 단식에 들어간지 10일 만이다.

병원으로 향하는 그의 얼굴은 장기간의 단식으로 무척 수척했지만 승자의 득의만면함도 배어나왔다.

최 대표는 이번 단식으로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었다.

우선 최틀러라는 별명에 걸맞게 결연한 모습을 각인시킴으로써 단순한 야당 대표가 아닌 야당 지도자로 불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란 평가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거부권 철회와 전면적 국정쇄신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노 대통령의 특검거부가 부당하다는 여론의 흐름을 이끌어냈고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취약한 당내입지를 극복하고 당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꼽힌다.

최 대표가 단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단식 효과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당내 인사들이 적지 않았으나 단식이 계속되면서 소장파와 재선, 중진 등이 모두 목소리를 낮추고 최 대표의 전면투쟁 방침에 따르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달라진 위상은 최 대표가 자신의 구상대로 내년 총선에 대비한 당 개혁과 인적쇄신을 단행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파행으로 원내 1당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에 따른 지지율 하락은 큰 손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특검거부가 잘못이라는 응답의 비율보다 한나라당이 국회를 마비시킨 것이 잘못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데서 알 수 있듯이 국회파행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반응은 두고두고 최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최대 현안인 공천 물갈이가 지연된 것도 큰 손실이다.

최 대표는 당초 지난달까지 공천제도를 확정하고 이달 중순부터 공천신청을 받아 1월말까지는 공천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