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해준게 없는데 아들 녀석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대구 수성구청에서 9급 기능직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김용구(47.수성구 신매동)씨는 4일이 생애 최고의 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들 삼성(18.대륜고)군이 올해 수능시험에서 387점을 받아 대구.경북 재학생 중 인문.자연계를 통털어 수석을 차지한데다 이날 서울대 법대 수시 입학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
고3 수험생이 있으면 집안 전체가 수능가족으로 바뀐다는 요즘. 그러나 김씨 가족은 남달랐다.
김씨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어릴 적부터 번번한 과외는 물론 학원조차 제대로 보내지 못했는데 아들이 너무 큰 선물을 전해와 기쁠 따름"이라며 "부모로서 남들처럼 해준 것도 없는데 속한번 썩이지 않고 고3 생활을 무사히 끝내고 결실까지 거두어 대견스럽다"고 했다.
김씨는 14년째 운전대를 잡으며 동사무소와 구청간 공문서 수발업무를 맡고 있는데 아내도 15년째 미싱공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애들 엄마는 의상실에서 일을 마치고 밤 8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는 탓에 고3이 됐어도 별다른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오히려 고3인 아들 녀석이 부모들을 걱정해주곤 했다"고 대견해했다.
한편 삼성군은 대구.경북 최고득점자란 영광을 안았지만 담담한 표정이었다.
삼성군은 "고3기간 동안 인문학, 사회과학 관련 책들을 많이 읽은 것이 수능에서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지만 최고득점은 기대하지 않았다"며 "검사가 되고싶어 법대에 원서를 냈다"고 했다. 또 최고득점의 비결을 학교 수업이라며 선생님들이 고맙다고 했다.
삼성군은 "과외를 안받았다고 하면 과외를 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중.고 시절을 통틀어 단과반 한달을 수강한 것이 전부였다"며 "어릴때부터 종류를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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