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말레이시아의 이슬람교당 지도자로 명망이 높은 닉 압둘 아지스가 '미인(美人)의 공직 진출을 금지하자'는 '기상천외'의 제안을 해 화제를 낳은 적이 있다.
아름다운 여성은 그냥 내버려둬도 훌륭한 남편을 만나 잘 살게 돼 있으니 못생긴 여성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공직 기용만은 하지 말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보다 한 술 더 뜬 주장도 없지 않다.
영국의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역시 몇 년 전 '미인은 본인에게는 축복인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이색적인 논리를 내세워 미인을 시샘하는 듯한 주장을 편 바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이상적인 체형을 원한다.
여성들은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날씬한 미인'은 모든 여성들의 새로운 우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심지어 '다이어트는 우리 시대의 신흥종교'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날씬하다 못해 비쩍 마른 연예인이나 패션 모델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위험한 성형수술마저 마다하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미인상이 시대에 따라 '풍만(삼국)→우아(고려)→요염(조선)'으로 변천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홍선표 교수는 어제 한 학술대회에서 '한국 미인화의 신체 이미지'라는 발표를 통해 고분 벽화.불화 등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 미인화를 그리는 화가 계층의 변화와 당대의 시대적 조류가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의 변화를 불렀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고대에는 여성에게 풍요나 다산, 생식력이 강조돼 달의 신처럼 퉁퉁한 여성이 미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궁중문화가 발달한 고려 시대로 넘어오면서 궁녀 등의 품위가 있어 보이는 신체미로 미의 기준이 바뀌었고, 조선 시대부터는 살 냄새를 풍기는 등 '남성 정욕의 대상이 되는 여성'이 미인이 됐다고 풀이했다.
특히 조선 후기에 유흥.향락의 주체가 사대부에서 중인으로 바뀌면서 이 경향이 노골화, 교태로까지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날씬하고 콩나물처럼 키가 큰 여성이 미인으로 여겨지는 풍조가 언제 시작됐는지,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미인의 기준이 우리보다는 서구의 백인 중심으로 바뀐 것 같지만, 여전히 성적 매력을 높이 사는 등 남성 위주이기는 매한가지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홍 교수의 지적대로 여성의 아름다움이 '남성적 욕망에 의해 생산된 픽션'이라면, 여성들은 '양성 평등'이 회자되는 이 시대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더라도 '타자화된 시선에 의한 억압'에서만은 자유로워지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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