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이름 아래 고구려와 발해를 탈취해가고 있다.
이 사업은 북경 사회과학원 산하의 한 연구소가 주도하고, 동북 3성 사회과학원과 이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이 총 동원되고 있다.
5년 간 추진되는 이 사업에 자그마치 2백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조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 금액은 우리 경제 현실로 볼 때도 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이다.
때 아니게 갑자기 집안(集安) 일대의 고구려 유적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 사업을 벌이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사실 중국이 이러한 사업을 갑작스레 벌이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1992년 수교를 맺을 때부터 이미 물밑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필자는 이런 저런 일로 1년에 한두 번은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하였는데, 박물관에서 발해 전시실이 관람 불가이거나 아예 폐쇄된 경우도 있었으며, 발해와 고구려를 중국 당나라의 지방 정권이니 속국이니 표기해 놓은 것에 짐짓 놀라기도 했다.
) 우리 정부와 학계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생각을 지울 길 없다.
그들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근거를 여러 가지로 들고 있지만 원칙은 간단하다.
지금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는 바로 중국사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일리가 있는 듯하다.
그런데 국경이란 항상 변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 땅이 훗날 다른 나라의 땅으로 바뀌었을 때 다시 그 땅의 지난 역사를 중국사에서 뺄 것인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사실 중국은,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족(漢族)의 중국은 수없이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러면서도 그 시기의 역사를 은근슬쩍 자신들의 역사 속에 편입시켜왔다.
그 결과물이 25史이다.
그 바탕에 한족 중심의 중화사상이 깔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중화의 논리 아래 수많은 이민족과 이민족의 역사가 사라져간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벌이는 좥동북공정좦도 이러한 작업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은 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며 무리하게 고구려사를 자신의 역사 속으로 편입시키고 있는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를 근자에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른바 좥3관교육좦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 재중동포(조선족)들에게 조국관, 민족관, 역사관에 대해 대대적인 사상교육을 시키고 있다.
한국은 고국일 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조국은 중국이므로 충성을 바칠 곳은 중국이고, 민족보다는 국가가 중요하며, 조선족은 어디까지나 한족을 포함한 56개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실개천과 같은 두만강을 사이에 둔 한반도에 남한 주도의 강력한 통일국가가 세워지는 것에 대비하려는 것이며, 나아가 여타 소수민족들의 동요와 분리의 움직임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남북 통일을 가장 반대할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쯤은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알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이제야 화들짝 놀라 역사학 관련 유관학회에서 연합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2005년 서울 용산에 개관할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발해실을 마련할 것이란 소식을 전해온다.
만시지탄이 느껴지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문제이므로 차분하고도 논리적으로 학술적 대응을 해야지 감정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해오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학술적 대응으로 끝맺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국가적 사업으로 이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서도 그것은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의 적극적 관심과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립운동가로 상해 임시정부의 제2대 대통령을 지냈던 박은식 선생의 꿈 얘기로 글을 맺을까 한다.
선생께서 만주 땅을 떠돌 때의 꿈일 듯한데 꿈속에서 금나라의 태조를 배알했다는 것이다.
금나라는 여진족의 나라로, 우리는 역사 시간에 우리를 침략해온 오랑캐로 배워왔다.
그런데 선생은 그 오랑캐인 여진족의 두목을 배알한 것이다.
꿈 얘기 뒤에 선생께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좬대개 대금(大金)의 태조 황제는 평주(平州) 사람인 김준(金俊)씨의 9세손으로, 그 발상지는 지금 함경북도 회령군이요, 그 민족의 역사를 말하면 여진족은 발해족의 다른 이름이고, 발해족에는 마한족의 이주자가 많다.여기에 필자의 물음을 덧붙여본다.
그러면 금의 후예는 누구인가? 필자도 선생처럼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홍원식 계명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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