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가수 김정호

입력 2003-12-01 15:46:53

1970년대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상당한 의미있는 연대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전후(前後)세대와 선을 긋는 중요한 10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70년대를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서 사시적인 해석을 하거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작은 부분을 전체인양 왜곡하는 사례도 많다.

'깜깜했던 시대'였다거나 '역동적인 시대'였다거나 하는 간단한 촌평들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1970년대는 그 전 세대보다는 훨씬 다양성의 시대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얘깃거리도 많은 시대다.

▲그 시대에 김정호라는 가수가 있었다.

당시 대중음악의 새 물결인 포크 그룹에 속한 그는 1973년 '이름모를 소녀'로 데뷔한다.

그후 '하얀 나비' '작은 새' 등 50여편의 노래를 발표하고 34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트롯이 대중의 감성을 지배하고 통기타로 통칭되는 포크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던 시대에 그의 노래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포크는 경양식처럼 가볍고 즐거운 것으로만 이해하던 사람들에게, 트롯이 역시 우리 노래라는 사람들에게 공히 어필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정호의 노래는 한국적인 것과 영미적인 것을 섞어 새로 창출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5년11월29일 34살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 김정호의 첫 추모공연이 그가 간지 꼭 18년만인 지난 주말 서울YWCA에서 열렸다.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모금으로 열린 이 공연은 이필원 하남석 김의철 등 포크 계열 선후배 가수들이 참여했다.

때마침 촉촉한 겨울비까지 내려 날씨마저 김정호와 닮은 슬픈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특히 국악인 김소연이 그의 유작 '님'을 열창했을때 관중들도 따라 울었다고 한다.

▲통절함으로 가득한 '님'은 폐결핵으로 호흡이 가빠 한소절 취입하고 쉬었다 하는 방식으로 몇시간을 두고 취입했다고 한다.

그는 "의사는 내게 더 이상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고 했지만 오히려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며 한편의 노래를 완성했다.

'간다 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 떠나간다~'로 시작하는 님은 장송곡에 비견된다.

▲이 노래를 남기고 그는 얼마안돼 유명을 달리했다.

음울함과 쓸쓸함으로 만인의 가슴을 울렸던 그다.

그래서 김정호는 뭐니뭐니 해도 '우리 대중가요사에 가장 슬픈 노래를 만든 싱어송라이터'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곡과 노랫말, 특유의 거친듯 섬세한 창법이 어우러져 묘하게도 슬픔을 확대 재생산해냈다.

그의 음악에 대한 평가가 보다 활발해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국적불명의 노래가 판을 치는 이 시대 대중가요계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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