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격(疏隔) 효과를 통해 관객과 연극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핵심 기법으로 삼는 '서사극 이론'의 창시자인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는 20세기 연극에 혁명을 가져왔다.
'한국의 브레히트'로 불리는 극작가 이근삼(李根三)씨도 날카로운 풍자극으로 우리 연극에 새 물결을 만들면서 희곡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영문학이 전공이나 영미문학의 유머 정신과 한국적 해학을 아우르면서 부패한 권력과 타락한 지식인들을 겨냥해 때로는 예리한 풍자로, 때로는 은근한 우화(寓話)로 세상을 꼬집어 사실주의가 지배하던 우리 극문학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물신주의에 빠져 기계적 일상생활을 거듭하는 한 가정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단막 희극 '원고지'를 1959년 '사상계'에 발표해 등단했다.
그 이후 풍자와 해학, 패러디 등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한 '국물 있사옵니다' '제18공화국'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등으로 현대 연극의 다양한 기법을 구사해 '빈정거림의 미학,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갈망'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최근까지도 노익장을 과시해 온 이근삼(서강대 명예교수.74)씨가 2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1929년 평양 태생으로 평양사범 재학 중 단신 남하했던 그는 혜화전문(동국대 전신)을 나와 육사와 서울대 교단에 서다가 1957년 도미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과 뉴욕대 대학원을 거친 뒤 귀국, 동국대.중앙대 교수에 이어 서강대 영문과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예술원 회원이었다.
○...최근 '미수(88세) 기념전'을 개막한 원로 연극배우 김동원씨의 1994년 은퇴무대에서 공연했던 '이성계의 부동산', 연극 인생을 40년이나 함께 한 원로 배우 장민호씨의 자전적 삶을 극화한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등의 작품 으로 연극과 연극인에 대해 남달리 따뜻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던 그다.
더구나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들을 화장하고도 바로 평소 아껴온 연극배우 윤주상씨의 결혼 주례를 설 정도로 인간적인 일화들을 뿌리기도 했었다.
쯠"희곡의 진정한 매력은 상록수와 같이 '늘 푸르름'에 있어요. 소설이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작가의 일방통행만 가능한 장르라면 희곡은 연출과 배우에 따라 새롭게 태어나지요". 풍자극 작가답게 늘 삶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는 유머 감각을 놓지 않았던 그지만 소신대로 그런 연극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뜨겁게 끌어안으며 살아 왔는지 모른다.
제자 시인 권일송(작고)은 일찍이 '무대와 관객 없이는 한시도 살맛이 없던 당신'이라고 칭송한 바 있듯, 부디 다른 세상에서도 그 '늘 푸르름'과 함께 하시기를….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