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란(하)-'몸집' 줄이기 안간힘

입력 2003-11-29 10:24:17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은 LG카드는 인력을 25% 가량 감축하고 조직 규모를 절반 가량 줄이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LG카드는 대구.경북 지역에 4개의 지점이 있었으나 대구지점만 남고 동대구, 포항, 구미 지점은 없어지게 됐다.

포항지점은 울산지점에 흡수돼 영업소로 남고 구미지점 역시 없어지면서 영업소로 바뀌게 된다.

대신 대구채권지점과 동대구지점이 동대구채권지점으로 바뀌면서 채권추심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채권을 최대한 많이, 빨리 회수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200여명의 정규 직원과 1천여명의 파견직원 역시 각각 25% 줄게 된다.

삼성 카드도 마찬가지. 이달초 전국적으로 30개의 지점이 17개로 줄어들고 사업부서와 팀 조직도 상당 부분 축소되면서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영남사업본부 산하에 대구 2, 구미 1, 포항 1개의 지점이 있었으나 대구에 1개 지점만 남고 구미는 하위 조직인 영업센터로, 포항지점은 울산지점에 흡수돼 버렸다.

채권부서는 그대로 남게 된 반면 영업 조직과 인력은 대폭 줄어들었다.

현금 서비스 한도도 최근 9개월간 40% 이상 감축돼 왔고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과 다중 채무자, 일부 장기 휴면회원 등 총 6만3천명을 대상으로 현금 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삼성카드도 전국 1천여만명의 회원중 170여만명을 대상으로 한도 축소에 대한 안내장을 발송했다.

연체율이 높은 회원과 LG카드 등 다른 카드를 갖고 있는 회원 등이 주 대상이다.

LG카드의 경우 대구.경북지역에 하루 120여억원의 현금이 대출용으로 빠져 나가나 신용한도를 축소하기 위해 대출 현금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LG카드 대구지점은 여러 개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는 회원이라도 신용한도내에서 쓸 경우 축소 대상에서 제외, 신용불량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대신 현금 서비스 이용이 많지 않은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양해를 구한 뒤 신용한도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문홍수 삼성카드 대구지점 영업과장은 "앞으로 영업 확대는 힘들고 리스크 관리에 힘써 경영 내실을 다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이같은 추세를 띠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2조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과 관련,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국내 카드업이 안정을 찾으려면 상당 기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이 현실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면서 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경기도 살아나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르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가 방만한 경영일 때는 방치하고 어려워졌을 때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강도 조절이 뒤바뀐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카드사들마다 자체 조직을 가지면서 중복 투자로 인한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처럼 대행사가 영업 이외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봉기 비씨(BC)카드 대구지점장은 "카드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졌을때 연체율을 10% 이하로 강화함으로써 카드사들이 30% 정도의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부실 채권을 연체율 기준에 맞추기 위해 8%의 가격에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곤 했다"며 "카드업의 연착륙을 위해 세심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필수적이며 정책의 일률적 적용을 문제삼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다른 분야와 같이 카드업이 정상 궤도에 빨리 오르기 위해선 국내 경기가 살아나 개인 신용상태를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나 국내 정치의 불안 등 발목을 잡는 요소가 많아 내년 4~5% 이상의 성장 전망과 달리 체감경기까지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지역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부도의 여파가 큰 만큼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카드사들에 대해 규모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며 경영 상태 등을 따져 차등 적용하는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사진:LG카드 사장 기자회견 이종석 LG카드 사장이 25일 은행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구조조정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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