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구 자원봉사 본상 김현철씨

입력 2003-11-28 13:58:52

"남을 위한 봉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일일 뿐입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난 24일 제1회 대구자원봉사대상 본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현철(43.대구시 동인동·분도주유소 대표)씨. 그는 자신에 대해 "전적으로 남을 위해 살 만큼 큰 사람이 못 된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은 주유소를 4개나 운영하는 사업가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수시로 힘을 보태고 있지만 그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삶을 살았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온갖 말썽을 피우고 다녔습니다.

툭하면 대구 도심에서 싸움질을 했고 도박에까지 손을 대는 바람에 경찰서 신세도 많이 졌습니다".

한때 경북 일원을 떠돌며 노숙자 생활을 하는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던 그가 새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것은 1989년. 초등학교 시절 같이 뛰놀던 동네 후배의 사제서품식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사제가 된 그 후배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듭디다".

그날 이후 그는 고교 진학 포기 뒤에 잠시 몸담았던 기름 배달을 다시 시작했다.

"밑천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무허가이긴 했지만 매일 300통이 넘는 기름을 자전거로 배달하면서 2년 정도 매일 한끼만 먹었어요. 정 참기 힘들 땐 물을 마셨지요".

김씨가 '베품의 기쁨'을 처음 맛본 것은 그로부터 1년 후인 1990년 겨울. "우연히 무료급식소인 '요셉의 집'에 들렀다가 불기 없는 난로 옆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배달하고 남은 기름을 주게 됐어요. 그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동안 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그렇게 기뻐하시는 분들이 없었거던요".

이때부터 김씨는 소년소녀가장, 홀몸노인 등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 2000년부터 판매기름 1ℓ당 1원을 적립,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있고, 2001년에는 대구시 중구 남산사회복지관에 업무용 승합차 2대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생활하는 장애인 8쌍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보내줬다

"지난 95년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전력'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현재가 아닌 과거에 봤던 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다"고 아쉬워하는 김씨의 내년 목표는 남산동 '여성의 집'에 업무용 차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힘 닿는 데까지 베풀며 살 겁니다.

저는 그렇게 하는 데서 얻는 기쁨이 저축하는 것보다 크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죠". 밑바닥 인생 시절 싸움하면서 병에 맞아 생긴 왼쪽 눈썹 부근의 흉터를 매만지며 김씨가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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