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천재예감 '에디슨'을 읽고

입력 2003-11-28 09:25:50

형의 방은 항상 신기한 것들로 가득하다.

형은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고 또 때로는 말짱한 것들을-형의 말을 빌리면- '해부'하기도 해서 어머니께 꾸중을 듣는 일도 많았다.

발 디딜 틈 없는 형의 방은 그래서 나에게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형의 허락 없이 고물상 같기도 뭔가 재미난 형의 작품들이 가득한 그 방을 찬찬히 구경하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나에게 며칠 전 뜻밖에 엄청난 기회가 생겼다.

계단에서 구른 형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 누워서도 답답해하던 형은 나에게 자기 방에서 그 전날까지 만들던 형의 작품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켰고, 그래서 나는 늘 문이 굳게 잠겨 있던 형의 방을 실로 오랜만에 여유 있게 구경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형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에디슨'이었다.

다른 어렵고 근사한 책들 속에 어울리지 않게 꽂혀 있던 책. 처음엔 유치하게 에디슨이라니…. 대단해 보이는 형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책인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형은 틈만 나면 이 책을 보곤 했었다.

물론 나도 에디슨에 대해 아는 것이 좀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굉장히 못했었고 엉뚱한 행동들을 많이 했던 발명왕. 알을 품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한 에디슨. 이 정도로 말이다.

참 하나 더 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슈퍼에 가서 사 오시는 달걀의 이름도 '에디슨 계란'이다.

그건 다른 달걀보다 더 비싸고 영양도 많아서 나와 형만 주신다.

나에게는 너무 시시한 에디슨이 나의 대단한 형의 첫 번째 관심의 대상이라니….

좀 호기심이 생겼다.

수시로 바뀌는 나의 꿈이지만 나도 한 때 꿈이 발명가이자 과학자인 적이 있었다.

문득 형의 에디슨을 나도 알고 싶어졌다.

나도 그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그는 내가 알다시피 처음부터 똑똑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상태가 훨씬 심하여 입학한 지 3개월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어머니인 낸시에게 공부를 배우게 된다.

난 3개월만에 학교를 그만둔 에디슨보다 에디슨의 어머니인 낸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우리 어머니도 낸시처럼 그럴 수 있을까?

난 남자지만 내가 부모가 된다고 상상해보아도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바보같은 아들을 부끄러워하면서 왜 남들처럼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화를 낼 것 같다.

내가 읽어본 다른 위인전에서도 그랬듯 훌륭한 위인들에게는 그 위인들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에디슨이 발명한 수많은 발명품들이 하나같이 우리 생활에 정말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있고, 또 그 사람들이 발명한 더 많은 발명품들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로 하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행복해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연주회에 가야만 들을 수 있던 아름다운 음악들을, 해가 지고 나면 늘 암흑 속에서 살아야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에디슨이 발명한 위대한 작품들이다.

에디슨으로 인하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 분께 다시 한 번 더 감사 드리고 싶어졌다.

며칠 전 우리학교에서도 과학 주간을 맞이하여 발명품 대회가 있었지만 막상 하려니 너무 너무 어려웠다.

난 과학은 잘 모르지만 과학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이롭게 만든다는 건 선생님께 들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아마 과학의 꽃은 발명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실제로 에디슨처럼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인물이 있지 않은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 발명품들이 있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는 이야기를 과학잡지에서 본 적이 있지만 에디슨처럼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인물은 없었다.

그래서 아마 형도 에디슨을 존경하는 가보다.

그의 일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8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고 만들고, 고치고 이루어 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렇게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는데, 평생 노력하며 살다 간 에디슨의 이 말은 오늘 나를 참 부끄럽게 한다.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것이라고 쉽게 속단해 버리는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1등을 바라보는 내가, 과정보다 결과만을 바라는 내 모습을 에디슨이 본다면 뭐라고 할까?

책 속의 많은 위인들은 나를 돌아보고 부끄럽게 만들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위인이라면 늘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평범하다 못해 좀 모자란 듯한 어린 시절을 보낸 평범한 에디슨이 나를 참 감동시켰다.

노력하며 이루어 가는 기쁨으로 평생을 살았던 에디슨.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그런 천재들보다 더 천재인 에디슨이 나를 이제부터 천재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종수(의성 남부초교 6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