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는 주는 '노총각 아빠'

입력 2003-11-27 14:06:06

2001년 1월 자전거 한대를 끌고 무작정 신애보육원(평리동)을 방문하면서부터 아이들의 후원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세종수출포장 최재철(36) 대표. 최씨가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2001년 새해 첫날 꾼 돼지꿈 때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즉석복권을 구입했고 운 좋게도 자전거를 경품으로 타게 된 것.

'자전거를 어떻게 처리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최씨는 회사근처에 있는 보육원을 찾게 되었고 이때부터 최씨와 보육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번 마음을 내기 시작한 최씨는 이후 점점 봉사의 참맛에 푹 빠지게 됐다.

지금까지 한달에 20만원 가량의 후원금을 꾸준히 신애보육원에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1년 5월 어린이날에는 아이들 모두를 음식점으로 초대해 근사한 저녁식사를 제공했고, 그 외에도 틈나는 대로 꾸준히 아이들에게 피자, 과자와 과일 등의 간식을 후원해주고 있다.

노총각인 최씨에게 보육원아이들은 이제 친자식이나 다름없게 돼 버렸다.

"보육원을 찾을 때마다 안겨 드는 아기들의 얼굴을 바라볼 때마다 외로움이 싹 사라진다"는 최씨는 "휴대전화에 내장된 사진기로 아이들의 얼굴을 찍어 초기화면에 저장했다가 '총각인줄 알았는데 숨겨놓은 자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위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최씨는 "보육원은 세 살배기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부모 없는 아이 또는 버림받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지만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늘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곳"이라며 "상처는 한번으로 족합니다.

한번 버려진 아이들을 두 번 버림받게 하는 것은 사회적 죄악"이라 말했다.

최씨가 봉사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평소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 주저하기도 했다"는 그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겁내지 말고 사회복지 시설에 찾아가면 되고 정 혼자 시작하기 어려우면 인터넷 사회봉사 동아리에 가입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충고했다.

처음 발을 떼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그동안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삶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최씨가 돈이 남아돌아서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올들어 운영하던 섬유회사가 적자행진을 거듭, 위기에 처했지만 최씨의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신애보육원측이 선물을 거절하기도 했다.

"경기가 빨리 회복됐으면 합니다.

그래야 맘놓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지요". 염색공단내에서 자그마한 원단포장업을 하는 최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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