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교통사고 목격 '증인은 여섯살'

아동의 법정증언은 신빙성이 어느정도 있을까?

지난달말 성추행당한 아동의 진술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서울지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격렬한 논쟁이 빚어진 가운데 대구지법의 민사재판에 아동의 사고 목격진술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돼 주목된다.

지난해 5월 경북 김천시 지좌동 횡단보도에서 난 교통사고로 5세된 딸을 잃은 신모(35) 김모(34)씨 부부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측 임규옥(44)변호사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색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숨진 어린이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던 친척 강모(현재 6세)양을 증인으로 세웠다.

임변호사는 지난 9월 강양 증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경북대 정신과 정성훈교수에게 의뢰, 강양에 대한 놀이상담과 심리평가를 통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비디오테이프에 담았다.

이 테이프에서 강양은 정교수와 장난감으로 도로, 신호등을 만들어 보다가 '너무 슬퍼서 싫어요'라며 말을 꺼리다가 나중에 '도로를 건너는데 언니가 좀 뒤쳐져서 건너다가 갑자기 나타난 차에 사고가 났고, 당시 파란불이었다'고 말했다.

임변호사는 "이미 형사재판때 차량 직진신호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됐기 때문에 민사재판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던중 강양을 증인으로 세우는 '모험'을 하게 됐다"면서 "사고 당시 사망자와 함께 학원에 갔다오던 강양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강양의 비디오테이프 진술이 재판에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정성훈 교수는 재판부에 보낸 사실조회서에서 '아이의 심리적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성 여부는 주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담당재판부인 민사51단독 강윤구판사는 "비디오테이프는 아이가 법정에서의 증언에 신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료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말하면서도 더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선고재판은 12월말에 열린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