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8시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마을회관 앞 추곡수매 현장.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농민 50여명이 검사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매장에는 따뜻한 어묵 국물과 막걸리가 준비돼 있었지만 대부분 농민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예전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 방전리는 태풍 '매미'때 하천 역류로 78가구 주민 200여명이 군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곳.
이날 벼 60가마를 내놓은 김시홍(70)씨는 "수매대금이 모두 360여만원인데 이돈으로 그동안 밀린 병원비부터 내야한다"며 "천만번은 쪼개 써야 올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주민 김정환(76)씨는 "1천300평 논에서 작년엔 벼 130가마를 생산했는데 올해는 40가마도 겨우 거뒀다"며 "수해로 논이 70%이상 매몰되다보니 한해 농사를 망쳐버렸다"고 한숨지었다.
유동화(65.여)씨는 "수해로 수박하우스와 고추밭이 모두 침수돼 폐농했고, 추곡수매도 12가마가 고작"이라며 "앞으로 식구 7명이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60여년 농사를 지었다는 신상수(86) 할아버지는 "작년 태풍 루사와 올해 매미로 2년 연속 악몽처럼 보냈다"며 "부디 내년에는 땀 흘린 만큼만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정석(56) 이장은 "수해때 침수된 논은 콤바인 작업이 어려울 정도로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다"며 "그나마 농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수확한 덕분에 목표량 2천가마를 달성했다"고 했다.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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