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특검법 거부, 한나라 전면 투쟁

입력 2003-11-25 11:47:55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대통령측근비리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한나라당이 대정권 전면투쟁을 선언하는 등 정면충돌양상을 보이면서 국회가 마비되는 등 국정파행상태로 치닫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측근비리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국회가 의결한 특검법안의 수사대상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에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곧바로 주요당직자.비상대책위 연석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노 대통령의 특검거부는 반국민적 반의회적 결정이라며 이날 오후부터 예결위에서의 새해예산안심의 등을 거부하는 등 전면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도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결정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특검거부를 비난하면서도 "극한투쟁은 국정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열린 우리당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재의에 응해 헌법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와 소추권은 헌법상 정부의 고유한 권한이고 특검은 검찰이 수사를 회피하거나 수사결과가 미진했을 때 예외적으로 보완 보충이 허용되는게 사리"라면서 "헌법정신과 원칙을 존중해 정치적 부담과 불편이 따르더라도 재의 요구를 하게 됐다"고 특검 거부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재의 요구시 국회 절대 다수당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국민에게 우려를 드려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건 처리는 국법질서 운영의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의 수사권독립은 대통령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다수당으로의 횡포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재의요구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이어 "결코 (측근비리에 대한)수사를 회피할 생각이 없다"면서 "혹시 사정이 달라지거나 재의결이 되지않는 경우 검찰수사가 끝나면 특검법의 일반적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정부가 이번 특검법안의 취지를 살리는 새로운 특검법안을 제출, 다시 국회와 국민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한 "검찰이 가능한 빨리 수사결과를 내놓고 국민과 국회가 특검수사의 필요성을 최대한 빨리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면서 이러한 절차가 끝나면 국민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는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미 제안해 놓은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부터 국회일정을 거부하고 국회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등원거부와 장외투쟁, 노 대통령의 하야 및 탄핵추진, 의원직 총사퇴 등으로 투쟁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기로 해 국정공백과 함께 정국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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