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하루의 의미

입력 2003-11-25 09:17:52

캠퍼스를 노랗게 물들이던 은행잎도 다 떨어지고 어느덧 앙상한 가지만이 쓸쓸히 거리를 지키고 있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며 아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착잡해 진다.

언제부턴가 나는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하루, 일주일, 한달 때문에 혹시 내가 너무 바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감은 나이에 반비례해서 느껴진다고 하던데 요즘들어 부쩍 그런 생각이 더욱 자주 든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어떤 사람은 아주 의미 있고 기쁜 하루를 보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지루하고 따분하게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는 일년의 시작이요 하루 없이 일년이 존재 할 수 없다.

하루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대충 살고 적당히 때우는 그런 하루가 되어서는 의미 있는 일년이 있을 수 없다.

나는 학생들에게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갈망하던 내일이다"는 격언을 가끔씩 들려 준다.

이제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면서 나의 하루를, 나의 일년을 새삼 돌아 보게 된다.

24시간을 충실하게 보냈는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없었는지? 바쁘게 살아오면서 혹시 여유와 너그러움을 잃지는 않았는지? 바쁘고 분주하게 보낸 나의 하루에서 삶의 축은 무엇이었는가? 내 시간들을 채워 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정녕 나의 하루가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 찬 충실한 삶이었던가?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나의 하루를, 나의 일년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봄도 좋을 것 같다.

12월이 오기 전에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 중에 못한 일은 없는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가보고 싶었던 곳, 읽고 싶었던 책,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일들, 차분히 돌아 보면서 12월을 맞고 싶다.

그래서 산다는 것이 거창하고 무거운 것만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다.

나의 하루를 조용히 사색하며 소박한 미소를 띠울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라도 한번 해 봐야 겠다.

군고구마를 입으로 호호 불며 가족끼리 오순도순 얘기하는 시간의 의미도 나의 하루를 의미 있게 할 것이다.

그리운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도 나의 하루를 화사하게 채우는 만만치 않은 행복일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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