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대학 기숙사에 불 32명 사망

입력 2003-11-24 21:57:17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부 미클로호-마클라야 거리 민족우호대학(우데엔) 기숙사에서 24일 새벽 화재가 발생, 학생 32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했다.

화재가 난 기숙사에는 한국 학생 3명이 살고 있었으며 2명은 하루 전 다른 곳으로 이사해 화를 면했으나, 나머지 학생 1명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아 주러 한국 대사관이 소재 파악에 나섰다. 이 여학생은 언어 연수를 위한 예비 학부에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 2시 30분께(현지시간) 제6 기숙사 A동 2층에서 발생한 불은 5층 건물 전체를 태워 학생 32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비상대책부가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28명은 건물 안에서, 3명은 밖에서, 나머지 1명은 앰뷸런스로 병원으로 옮기던 중 각각 숨졌다. 이들 사망자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콩고,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출신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치료중인 부상자 가운데 50여명의 상태가 아직 위급한 상태여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불은 발생 3시간 10분 만인 오전 5시 40분께 완전 진화됐으나 건물 1천㎡ 전체를 거의 다 태웠다.

화재가 나자 소방 당국은 사다리를 동원해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을 긴급 대피 시켰으나 많은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다 다리와 머리, 척추 등에 상처를 입음으로써 사상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 기숙사에는 모두 500명 이상의 외국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었다고 학교측은 밝혔다.

블라디미르 필리포프 교육부 장관은 이타르-타스 통신과 회견에서 화재 직전 아프리카계 학생 3명이 황급히 기숙사에서 뛰쳐 나갔으며, 이들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일부 학생들의 증언에 따라 방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은 그러나 전기 합선이나 부주의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중이다.

지난 1960년 니키타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 시절 소비에트 이념 전파를 위해 설립된 민족우호대학은 그동안 제3 세계 학생들을 대거 유치, 거의 무료로 교육을 실시해 왔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는 교세가 많이 위축됐으나, 아직도 아프리카와 아시아계 학생들이 대거 유학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은 30여명에 이른다.

한편 지난 1999년 12월 모스크바 시내 크라프첸코 거리 모스크바국립대학(엠게우) 소속 '데스카' 기숙사에서 불이 났을 당시에는 한국 유학생 3명이 목숨을 잃었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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