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때부터 부지런히 모아온 음악회의 입장권 파일들을 한번 열어보았다.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진 음악가나 은퇴를 앞둔 음악가의 활동들이 고스란히 담긴 역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이들 입장권에서는 초대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머니 사정은 어렵지만 음악회는 가고 싶고 해서 동기들과 부지런히 공연장의 창문을 뜯거나 몇 시간쯤 미리 들어가 화장실 혹은 객석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던 기억도 난다.
오늘날처럼 초대권이 넘쳐났다면 그같은 고생은 없었겠지만 문화에 대한 애착은 가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초대권에는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조건 없이 주는 것이지 억지로 요구해 받아내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다.
요즘 음악계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초대권이 판을 치고 있다.
많은 음악회가 초대로 이뤄지고 좋은 공연 때만 되면 이런저런 영향력을 내세워 초대권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다.
반평생을 공부해서 이뤄낸 작품세계가 초대권 남발로 한낱 그렇고 그런 공연물로 전락하고 있다.
감사와 존경은 찾아보기 어렵고 관객 동원에만 관심이 있으니 공연물에 대한 완성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초대권을 발매하는 공연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몇 해 전 독일에서 귀국한 후배를 설득해 귀국독창회를 유료로 해보자고 제의했다.
관객동원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나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만, 집요한 설득 끝에 그는 동의했다.
한 두 사람이 오더라도 자신의 예술세계에 가치를 부여하는 진정한 관객을 그도 원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런데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용기있는 행동, 예술인의 자존심을 세운 공연이었다"라는 의견과 "모든 성악가들이 무료로 공연하는데 뭐가 잘났냐?"는 견해가 엇갈리며 한 동안 이슈가 됐다.
필자를 비롯한 대구의 음악인들은 다시 한번 깊이 자신을 돌아봐야한다.
미래에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음악인구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지금껏 강의나 레슨만으로 꾸려온 생활이 이젠 막막해진 이유에 대해 통렬한 심정으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김종원(문화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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