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개발로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아라".
지속가능한(sustainable) 환경, 지속가능한 경제,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개발'은 어느새 현대인의 화두가 되었다.
'성장'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인간이 '느림'을 통해 영생을 추구하자는 의도인 듯하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이하 맑고푸른대구21)는 지역의 공무원, 민간단체, 기업인 등이 모여 지역의 경제.사회.환경 등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환경회의에서 채택한 '아젠다(agenda.의제)21'을 지방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지역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청소년.장애인.노동자.농업인 문제 등 지역 사회와 경제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마련하자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유엔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구요".
류병윤(42) 사무국장은 맑고푸른대구21의 발족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맑고푸른대구21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96년. 지역 각계 인사들이 모여 의제21을 뒷받침할 '지방의제21'의 초안을 만들고 4개 분야 '25 행동원칙'과 '316 실천과제'를 정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쳤고 활동도 미약했다.
그러다가 대구시 주관으로 지난해 10월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제4회 지방의제21 전국대회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민간사업국을 구성하면서 활동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민간사업국에는 현재 15명의 운영위원과 대기, 에너지, 수질, 폐기물, 생태 등 총 5개의 분과에서 68명의 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류 국장은 "타 도시에 비해 대구는 민간사업국의 출발이 늦은 편입니다.
또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도 환경분야에만 국한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민간사업국이 만들어지면서 맑고푸른대구21은 상당한 활동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안심습지 체험교육을 통해 생태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1천500여명이 안심습지를 다녀갔다
또 맑은 공기 되찾기 자전거캠페인, 에너지절약 캠페인, 환경교육 심포지엄, 에너지 시민토론회 등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에너지분과 이석형(51.대구도시가스 상무)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삶에 있어서 에너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단언했다.
국내 전체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97%(300억달러 규모)를 수입하는 현실에서 10%만 절약해도 상당액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태양력.풍력 등 대체 에너지의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태양열 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에게는 장기저리로 공사비를 지원하고, 개인이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되팔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지역은행 등과 연계해 금융지원과 세제상의 혜택도 고려할 때가 됐다고 이 위원장은 말했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기분과 김종석(45) 간사는 "30년내에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대구를 에너지절약형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부터 매주 월요일 실시하고 있는 자전거 타기 캠페인은 실천프로그램의 하나.
의사인 안경숙(43) 에너지분과 위원은 "사무실 내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이면지 활용 등 생활속의 작은 환경운동을 통해 지방의제(local agenda)21을 실천할 수 있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대구시청 앞 주차공간을 공원으로 만들고 태양열을 이용한 가로등 등 상징적인 홍보효과를 낼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등 경제와 환경이 맞닿는 지점이 있지 않겠어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에너지분과 정현수(36) 위원의 이런 제안도 귀를 기울여 볼만하다.
지구적으로 심각한 물부족 현상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이 단체가 신경쓰고 있는 분야다.
수질분과 곽홍탁(58.영신고 교사) 위원장은 "2008년이면 우리나라 전체로 20억t의 물이 부족하게 된다"며 "물을 아껴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고 에너지를 남용하면서 환경보존을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환경 오염을 막는 각종 활동도 이 단체의 중요한 의제다.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폐기물분과 이준근(50.동아쇼핑센터 지점장) 위원은 "생활쓰레기에서 비닐봉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환경에 가장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맑고 푸른 환경을 지켜낼 수 있어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활동하기에 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
경북대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민.관 파트너십이라는 명목하에 시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지역의 여러 시민단체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시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대구의 환경과 경제, 사회를 지켜가고 있는 맑고푸른대구21. 모두 바쁜 현업에서도 틈을 내 쾌적하고 푸른 대구공동체를 위해 뛰고 있는 이들은 새 시대를 향한 '대구지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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