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론'에 기게스의 반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착한 목동 기게스가 우연히 반지 하나를 얻게 된다. 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조금 돌리면 반지 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평범한 목동에 불과했던 기게스는 신기한 반지의 능력을 이용해 국왕을 죽이고 그 왕비를 부인으로 삼아 마침내 권좌를 차지한다.
만일 누구라도 기게스의 반지가 생긴다면 좋은 쪽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악용할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면 비리를 저지르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속내를 감추는 가장 무도회 같은 만남에서 남녀가 더욱 대담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플라톤은 '기게스의 반지'를 처벌받지 않고 마음껏 불의를 행사할 자유라고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는 네티즌들은 누구나 기게스의 반지를 하나씩 끼고 있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자신을 숨기고 익명성이 가져다 주는 무한한 확장감, 일탈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네티즌이 낀 '기게스의 반지'
이로 인해 악의적인 해킹, 바이러스 유포, 지적 재산권 침해, 사이버 범죄 등과 같은 역기능적인 측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욕구불만 해소와 공격성의 분출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라는 오락적 태도의 증폭이다.
사이버 테러는 실제 피가 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덜 폭력적이지만 피해규모가 무차별적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잔혹하다고 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또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신문들은 알 카에다와 연관조직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빈 라덴은 물론 후세인까지 기게스의 반지를 돌렸는지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세계 각지의 조직원들은 작전시에만 인터넷 등 첨단 통신기술을 이용해 교신할 뿐 철저히 잠복해 있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도 특별한 암호 및 프로그램을 사용해 꼬리를 잡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상의 테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치고 빠지기식 사기판매도 그렇고 바이러스 확산도 비슷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각종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또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지나치게 모욕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비방도 계속되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용이하지 못한 타인에 대한 공격, 프라이버시 침해, 언어폭력, 게시판 도배 등의 역기능은 날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양상은 17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개인'이라도 뭉치면 힘을 발휘하고 어떤 목적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인해 반대만을 일삼는 '안티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에 안티문화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안티 안티사이트'도 보인다.
이제 비방성 견해에 대해 네티즌들이 식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도 보다 근본적인 점에서 인터넷은 테러리즘을 키운다. 비인간성이 테러의 원인이자 실체를 제공한다. 공적인 사회에서 무엇보다 위협적인 것은 공동체나 기업 등에 행해지는 테러일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테러리즘은 아무런 저항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음해와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와 언어폭력 등은 이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이에나처럼 상한 고기를 찾아먹는 네티즌들도 이제는 질린 모양이다.
사이버정화운동 '희망'
목표물의 기세를 꺾기 위한 속셈으로 소위 '묻지마 비판'만을 일삼는 조직적인 규모의 흠집내기 첨병들의 어리석음에 측은함을 느낀다.
일방적인 폭언에 네티즌들의 접속도 줄어들고 상대도 별 반응을 안보이면 이들은 더욱 더 폭력적인 어휘로 몸부림을 친다. 자신의 뜻을 절제해서 문장으로 표현할 때 독자는 더욱 감동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
그래도 사이버공간에서는 네티즌들의 수많은 정화운동과 사이버수사대 활동에서 약간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 교육을 통한 네티켓 캠페인으로 사이버 윤리의식을 찾자는 정보트러스트 운동도 활발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터넷 초창기의 공유정신을 복원하고 '인터넷의 자유'를 보존하여 기게스의 반지가 범했던 오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가야 할 네티즌들의 소중한 의지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박순국(imaeil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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