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는 뒷전입니다.
하청계약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수시로 찾아와서 협박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괴롭히니 살 수가 있습니까(뒤치다꺼리 하느라 시간 다 보냈습니다)".
기자와 만난 예천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말 못할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용돈이나 얻어쓰자고 괜한 트집을 잡는 동네 폭력배라면 오히려 별 문제없다.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력인사들이 각다귀마냥 설쳐대니 견뎌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특히 예천의 경우 유력인사들이 가족, 친인척, 친구 명의로 운영하는 전문건설업체가 수두룩하다.
행정기관이 발주한 공사장마다 하도급 계약 및 자재구입 압력에 시달린다.
적법 절차를 통해 따낸 계약을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도 있다.
수해복구 공사장도 먹잇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한 회사 관계자는 "납품건 중 일부를 지역 유력인사가 운영하는 회사에 갑자기 빼앗겼다"고 호소했다.
공무원들도 죽을 맛이다.
이래저래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공무원들로서는 노골적인 압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한 면장은 "가족 명의로 운영하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종용하던 한 인사가 계약이 수포로 돌아가자 보복성 조치를 취했고, 직원들과 실랑이까지 벌였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경찰이 나섰다.
18일 경북경찰청 기동수사대는 군의원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업체 3곳을 비롯해 10개 업체의 불법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직위와 직업을 무기로 보이지 않는 폭력을 마구 휘둘러대는 지역 토착세력의 비리를 근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은 "피해 사실을 입수해 수사에 들어가도 피해자가 좀처럼 협조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경찰은 지역 토착비리 세력과의 1라운드 전투에서 패했다.
피해자들이 경찰과 공권력보다 토착세력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게다가 바른 말을 하고 권력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 사람들이 오히려 비리를 자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비리혐의를 포착했고 집중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면죄부만 쥐어주는 생색내기식 수사가 돼선 곤란하다.
경찰 수사가 끝나면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릴테니까. 토착비리가 들끓는 다른 지역에서도 예천의 결말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세정(경제부)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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