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농업 이젠 희망이다(5)-사이버 농민1호 배문열씨

입력 2003-11-19 08:59:08

"농산물은 얼마나 품질좋은 상품을 생산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제값에 제대로 판매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국내 첫 사이버 농민으로 인정받고있는 배문열(45.칠곡 토종홍화농장 대표)씨. 배씨에게는 이외에도 신지식 농업인 1호, 전자상거래 왕 등 거창한 칭호가 따라다닌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토종 홍화 전자상거래 물꼬를 튼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배씨가 사이버 농산물거래를 시작한 작물인 '토종 홍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년 전. 대구에서 7년간 근무하던 섬유회사가 하루아침에 부도사태를 맞으면서 실직하자 1992년 아내(권현미.41), 두딸(지은, 지민)과 함께 고향인 칠곡군 지천면으로 귀향했다.

작목선택에 고심하던 중 어느날 한의학 책 '신약본초'에서 '홍화는 꽃과 씨가 뼈 질환을 다스리는데 특효이며, 골다공증 및 관절염 환자에게 최고'라는 대목에 눈이 번쩍 띄었다.

홍화가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국내농장을 찾아다니며 홍화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 고향마을인 지천면 낙산리 7천여평에 홍화씨를 뿌렸고, '칠곡토종 홍화농장'이란 팻말도 내걸었다.

2년동안의 실패 끝에 97년부터 넓은 농장에 붉은 홍화꽃이 물결쳤고 본격적인 수확도 시작됐다.

그러나 생산보다는 판로가 더 큰 문제였다.

값싼 중국산 홍화가 들이닥치면서 판로는 더욱 어려워졌다.

약재상에서는 토종 홍화의 약효가 중국산보다 월등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격경쟁에서 번번이 밀려났다.

그러다가 전자상거래로 눈을 돌렸다.

천리안과 하이텔 등 통신망에 가입한 후 광고란에 홍화를 소개했다.

통신가입자가 5만여명 정도로 늘면서 홍화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어 칠곡토종 홍화농장 홈페이지(www.honghwa.co.kr)를 구축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한국토종홍화를 소개했다.

통신주문 - 택배를 통한 유통체계로 보급가격도 내릴 수 있었다.

결국 컴퓨터가 농장 홍보에서 판로개척, 제품주문.접수, 고객관리 등을 책임지며 농장의 든든한 일꾼역할을 해냈다.

89년 농장매출이 1억3천만원을 기록했으며 이듬해는 무려 4억5천만원을 초과했다.

7천평으로 시작한 홍화농장은 계약재배 방법 등으로 10만여평으로 늘어났다.

배씨는 이제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토종홍화의 디자인을 고급화하는 등 상표를 획기적으로 개발하는 일과 충남 서산 대호간척지 10만평에 홍화꽃을 피우겠다는 야심을 2년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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