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인심 파는' 동성로 분식점 '뚱땡이네' 김희정(29)씨

입력 2003-11-18 15:14:43

동성로에서 제일 작은 분식점, 한평 남짓한 가게에서 오뎅과 김밥을 파는 '뚱땡이네'.

대구백화점에서 삼덕파출소로 가는 길에 이 분식점이 개업한 지는 불과 한달 전. 그러나 동성로 주변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김밥 옆구리가 터지면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주고, 학생들이 오면 1천원 받고도 2천원어치를 넣어주더라구요. 옆집 냉면집 아이는 500원만 내면 마음껏 먹도록 놓아둬요. 그리고 문닫을 쯤에는 남은 오뎅, 김밥을 정성스레 포장해서 국채보상운동공원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나눠줍니다".

이 분식점 바로 옆, 속옷집에서 일하는 김효정(21.대구 이곡동)씨가 그동안 지켜본 것을 전했다.

'뚱땡이네' 주인 김희정(29.여)씨는 10년간 일해온 구미공단의 직장을 지난해 4월 그만둔 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민해오다 언니들이 살고 있는 대구에 실패해도 괜찮은 초미니 가게를 개업하게 됐다.

지금도 구미에서 출퇴근하는 김씨는 아침 6시에 집을 나서 7시에는 칠성시장에서 신선한 어묵을 고르고 김밥재료를 구입한뒤 8시부터 준비를 시작해 9시부터는 아침손님을 맞는다.

집으로 퇴근하는 시간은 밤 11∼12시 사이.

그녀는 "인정을 베풀다보면 돈도 모인다"며 "지금은 하루 15만원 정도 팔리지만 계속 매상이 오르고 있어 남편보다는 벌이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남 6녀의 막내딸인 김씨의 고향은 전남 함평. 경상도 남자를 만나 구미에서 살고 있다.

또 신기하게 그녀의 언니 5명은 모두 경북 영천 남자와 결혼해 영·호남 커플이 무려 6쌍이다.

특히 그녀의 다섯 언니는 모두 연애결혼을 했는데 우연찮게도 상대가 경상도, 그것도 경북 영천 사람이었던 것.

그녀의 다섯째 언니는 취재도중 들러 오뎅을 맛본 뒤 '오늘은 국물맛이 좀 우러나지 않는 것 같아'라며 맛의 감별사 역할을 하곤 어디론가 발걸음을 돌렸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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