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바로보기(2)-박종환 감독의 명암

입력 2003-11-18 14:50:10

'승부사' 박종환 감독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1995년 성남 일화에서 3연패를 달성하고 프로축구계를 떠난 후 8년만에 대구FC를 맡아 복귀한 박 감독은 나이(65세)를 잊고 의미있는 한 시즌을 보냈다. 그는 전매특허인 스타르타식 훈련으로 선수들을 독려했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이 과정에서 독단적인 목소리를 내 구단 프런트, 코칭 스태프와의 마찰도 있었지만 대과없이 시즌을 끝냈다.

대구FC 사령탑 박 감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엇갈린다.

먼저 객관적인 성적에서 꼴찌를 겨우 면한 11위를 차지했지만 신생팀임을 감안하면 평균점 이상은 받고 있다. 1989년 출범한 일화 천마의 감독으로 6승21무13패(40경기)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 대구FC를 당시와 비슷한 7승16무21패(승점 37.44경기)로 이끌었다.

역대 창단팀인 전북이 94년 5승5무26패(36경기), 전남이 95년 9승10무17패(36경기), 수원이 96년 21승11무8패(40경기), 대전이 97년 4승12무19패(35경기)를 거둔 것에 비교해도 나쁜 결과는 아니다.

다만 올해 같은 새내기로 출발한 광주 상무(13승7무24패.승점 46.10위)에 9점차로 밀린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구FC에 대한 박 감독 자신의 평가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크게 변했다. 시즌 초반부터 입버릇처럼 "못해먹겠다"고 했지만 시즌 종료를 앞두고는 "해볼 만하다"는 말로 급선회했다. 지난 12일 시즌 홈경기 종료 후 박 감독은 "기존 팀들의 전력을 완전히 파악했다. 내년 시즌에는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 감독에 대한 축구인들과 프런트 등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들은 "노익장이 아니라 노욕으로 얼룩져 있다. 환경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그를 비난한다.

그는 시즌 내내 구단과 마찰을 빚어왔다. 일부에서 "대구FC의 구단주는 박종환 감독"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특히 자신이 영입한 코칭 스태프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며 감정 싸움을 벌인 것은 추태로까지 비춰졌다.

박종환 축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축구인들도 많다. 박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공격적인 축구를 강조했지만 무승부가 16경기로 12개 팀 가운데 전남(20경기) 다음으로 많았다.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져 '베스트 11'을 두지 않고많은 선수들을 기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력과 집중력 부재를 가져 와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하는 빌미가 됐다.

3년 계약한 박 감독은 한 시즌을 소비했다. 일화에서는 부임 5년만에 정상에 올라 3연패를 달성했지만 대구FC에서는 남은 2년 임기 내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 축구계를 대표하는 '명장'의 반열에 올라 있는 박 감독이 대구FC에서 마지막 축구 인생을 의미있게 마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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