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유럽식" 전송방식 논란

입력 2003-11-18 09:09:50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놓고 정부와 방송노조 등의 사이에는 많은 기술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크게 난시청 해소와 디지털 방송의 이동수신 문제가 주요 쟁점을 이루고 있다.

방송노조 등은 유럽식(DVB-T)이 다중경로간섭(자동차, 건물 등 장애물에 반사된 방송신호들이 다양한 경로로 시간차를 갖고 TV 수상기에 도달해 수신 방해를 일으키는 현상)에 강해 난시청 해소에 유리한 데다 실내.외 고정수신뿐 아니라 이동수신까지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시청자 복지를 위해서는 미국식(ASTC)의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미국식을 고집할 경우 이동수신 불가, 난시청 확대, 주파수 효율성 저하 등으로 향후 30년간 5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

난시청 문제와 관련, 최근 미국식은 수신기에 탑재되는 등화기(equalizer: 잡음, 간섭에 의해 왜곡된 TV 신호를 복원해 수신성능을 향상시키는 장치)의 성능개선으로 유럽식과 비교해서 같거나 오히려 높은 수신율을 발휘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동수신 문제도 유럽식이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동수신에서 유럽식이 우수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력소모 등이 많아 차량에서만 가능하고, 휴대전화나 PDA를 통한 휴대수신이 불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유럽식은 이동수신과 HD방송을 한 채널로 동시에 제공할 수 없으므로 이동수신을 위해 방송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은 미국식으로 하고, 차량 및 휴대 수신서비스는 지상파 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따로'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 정보통신부의 입장인 셈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논란을 보는 또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식을 고수할 경우 기존 메이저 방송사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차량 및 휴대(PDA, 휴대전화 등) 기기를 이용한 이동 디지털TV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새로 DMB 사업자를 선정할 때, 반드시 기존 방송사가 이동통신업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고정수신과 이동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유럽식은 기존 방송사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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