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기자가 본 세상이야기-아이 셋 낳기

입력 2003-11-18 09:15:45

"정말 대단하시네요!" "요즘은 부의 상징이라고 하던데…".

애가 셋이라는 얘기를 꺼내는 순간 사람들은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제 얼굴을 다시 쳐다보곤 합니다.

하기야 평범한 가정주부들도 아이를 많이 안 낳으려고 해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요즘같은 세상에 기자 일까지 하면서 애를 셋이나 낳았으니 놀랄 만도 한가 봅니다.

"남편이 장손에 외동아들입니다".

제가 이 말을 해야 사람들은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딸 둘에 막내가 아들이니 "정말 잘 했다"며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면 저는 또 구구한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사실 아들을 낳으려고 셋째를 가진 건 아니구요. 결혼할 때 5인승 차 한 대는 채우도록 아이를 가지자고 남편과 한 말이 씨가 된 것 같아요…".

셋째를 가지면서 시어른이 계시는 집 2층으로 옮긴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애 셋을 데리고 시댁을 왔다갔다 하기는 힘들 것 같아 20평도 안 되는 좁은 집에서 다섯 식구가 살고 있지요.

그런데 애가 셋이 되고 보니 본전(?)을 뽑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도 첫 애를 낳고 나서 목돈을 들여 유아용 교재 교구를 샀는데 이것을 둘째 셋째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본전을 뽑은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애들 옷값도 비싼데 첫 애 옷을 둘째 셋째 낡아질 때까지 입힐 수 있지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어릴 때 산 고물 피아노는 대를 이어 아이들이 치니 완전히 본전을 뽑고도 남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주부들은 애 셋을 어떻게 키우나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아이 하나는 키우기 힘들어도 셋은 오히려 키우기 쉬운 법이지요. 아이가 하나면 부모가 같이 놀아줘야 되지만 셋이 되니 서로 어울려 노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혼자 자란 큰 애는 서너살이 될 때까지도 낯을 가려 남의 집에 잘 들어가려 하지 않았는데, 막내는 이제 9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누나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고함을 지르곤 합니다.

동생이 생기니 첫째, 둘째는 자연스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챙기게 되더군요.

얼마전 한 약사가 하는 말이 며느리가 아들이 둘 있는데도 딸을 낳고 싶어 셋째를 가지려고 하는 걸 자신이 말렸다는 겁니다.

며느리보다는 자식 셋 키우려고 돈 버는데 등이 휠 아들 걱정이 앞섰다고 합니다.

요즘엔 자식 낳아 공부시켜 대학 보내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차도 한 대 사줘야 하고 결혼시킬 때는 전세라도 얻어 아파트 한 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저도 애가 셋이지만 애들을 꼭 그렇게 키워야 하나요. 안 그런 사람도 많은데…".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애를 셋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돈이 안 드는 편입니다.

학원 등 아이들에게 시키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대신 산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류공원에 놀러가면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들러 무료 미술 감상을 함께 하는 식이지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많이 보여줘서인지 알고 지내는 화가들도 "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다"면서 "아무 학원이나 잘못 보내면 자칫 아이의 창의력을 망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맞벌이를 하면서 첫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둘째를 가질지 말지 망설이는 부부들을 더러 봅니다.

당장 오늘밤 작업(?)을 해보는게 어떨른지요.^^

힘은 들어도 새록새록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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