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포럼-정부규제의 역효과

입력 2003-11-18 09:15:45

시장경제는 각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체제이다.

그러나 독점과 같은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하여 또는 소비자나 노동자, 농민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가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가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1970년대까지 우리 정부는 독과점 품목이나 서비스 요금에 대한 가격을 규제하여 사업자들이 가격을 인상하려면 사전에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하여 기업들의 원가상승 요인을 전부 가격에 반영해 주지 않고 최대한 가격인상을 억제한 결과, 기업들은 그러한 품목의 생산을 늘리지 않거나 줄이게 되자 시장에서는 품귀현상이 일어나서 실제 거래가격은 정부 승인가격을 훨씬 웃돌게 된 것이다.

79년 4월 정부가 경제안정화 시책의 일환으로 많은 품목의 가격규제를 풀어 자유화한 결과 사업자들이 생산을 늘리게 되어 품귀현상이 해소되고 시장가격이 내려갔던 사례가 있다.

이처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부가 가격인상을 규제하였으나 결과는 반대로 가격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노동자 보호를 위하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해고를 어렵게 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노동시장이 경직화 되어 불필요한 인력의 해고가 매우 어렵고 과도한 임금인상이나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기업들은 가급적 인력의 고용을 줄이고 필요한 인력도 비정규직으로 충당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배출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이나 영국 등의 실업률은 5, 6% 수준인데 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은 독일이나 프랑스의 실업률이 10%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것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과도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줄임으로써 노동자들의 복지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농촌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소위 '경자유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도시토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지가격의 상승을 저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농민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즉 도시인들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도시자본이 농촌으로 유입되어 농지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따라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민들이 보다 비싸게 농지를 처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도시 토지의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으나 농지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은 것은 이러한 규제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중학생들을 과열 입시경쟁에서 해방시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평등한 교육을 받게 하려는 취지로 도입되어 시행하고 있는 고교평준화 제도는 학교교육의 황폐화를 야기시키고 저소득층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게 됨으로써 오히려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였다.

학교교육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교육을 받을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대학입시를 위한 경쟁은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어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어 과열과외 해소라는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했던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최근 일부지역의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아파트 분양가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주택가격 안정 보다는 주택건설의 위축과 주택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지나친 양도소득세 중과는 주택매도 물량을 줄여서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있다.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정부규제는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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