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시에서 1년은 동지로부터 시작된다.
음력으로는 11월, 양력으로는 12월이 한 해의 머리다
12지도 이 순서에 맞춘다.
음력 11월이 자월(子月), 12월이 축월(丑月), 1월이 인월(寅月), 2월이 묘월(卯月), 이런 식이다.
우리 선조들은 1년 열 두 달에 여러 이칭들을 사용했다.
1월은 원월(元月), 초춘(初春), 맹춘(孟春), 2월은 여월(如月), 중춘(仲春), 중양(仲陽), 3월은 화월(花月), 잠월(蠶月), 만춘(晩春)으로 불렀다.
달마다 적게는 9가지, 보통 11~13가지, 많게는 16가지의 명칭들이 사용됐다.
◇올해도 이제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결실하고 자성의 시간을 가져봄직한 때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내놓은 '올해의 파문 발언'은 그런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20, 30대 미혼남녀 1천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올해의 파문 발언' 1위에는 "대통령 못 해먹겠다"가 뽑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외에도 "재신임 묻겠다"와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거죠?"로 상위 5개 파문발언 중 1, 3, 4위를 차지했다.
노 대통령에게는 다른 꼬리표도 붙여졌다.
'가장 실망을 준 사람' 1위(52.3%)와 '자기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사람' 3위(14.0%)가 그것이다.
◇지난 1년은 그야말로 파란의 연속이었다.
어느 시대고 곡절이 없는 때가 있을까마는 쿠데타와 같은 격변기를 제외한다면 올해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운 때가 또 있었겠느냐 싶다.
거기에는 두 가지의 큰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급격한 세태변화고, 다른 하나는 갈등의 절벽이라 할만한 사회 단절 현상이다.
사오정, 오륙도, 38선의 등장은 제한속도 60km의 지방도에 12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될법한 사회변화다.
여기에 '이룰 수 없는 기대'가 홍수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는 정원 5명의 자동차에 10명이 올라탄 꼴이 됐다.
두 가지를 보태면 그 파문은 곱으로 늘어난다.
이념갈등, 세대갈등까지 추가하면 전체 혼란의 양은 승승(乘乘)이다.
부패한 정치, 엉성한 국가관리는 논외로 하고서의 이야기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대통령만의 일은 아니다.
일반국민들 역시 못해먹겠다는 푸념이 일상화돼 있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못해먹겠다'는 말에 가리운 사회 현실이다.
변화와 갈등의 토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질병이 우리의 발 밑을 파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90년 이후 제조업 일자리 88만개 감소, 세계에서 파업일수가 가장 많은 나라, 이공계 기피가 보편화된 나라가 바로 그런 불안한 조짐들이다.
음력 11월은 복월(復月)이라고도 한다.
차분히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즈음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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