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 "밉다 카드깡"

입력 2003-11-17 13:46:40

서민의 급전을 융통해주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전당포가 카드깡의 활성화(?)로 존폐위기에 몰렸다.

현재 대구에 등록된 전당포는 100여개. 10년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지만 이마저도 카드깡 위세에 밀려 폐업이 속출, 실제 영업중인 전당포는 5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대구 전당포협회 한연수 회장은 "3년전부터 신용카드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전당포 이용객들이 카드로 몰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부 할부금융과 사채업자가 앞다퉈 하고있는 '소액 신용대출'이 전당포의 입지를 더 한층 좁게 만들어 숨쉴 곳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남아 있는 전당포끼리의 생존 경쟁도 치열해져 10년 전만 해도 시가의 60% 정도만 돈을 빌려주던 것이 지금은 80%까지 내줘야하고 보관료.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이자도 월 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도 대출액 3만~5만원이 주를 이루고, 많아야 10만원을 넘기 힘들어 말그대로 담뱃값 정도를 버는 수준. 담보물품도 금반지 등 귀금속이나 노트북, 카메라 등 1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만촌동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이정훈(57)씨는 "10만원짜리 시계를 한달 내내 맡아봤자 이자가 5천원에 불과, 인건비도 못 건지는 형편"이라며 "시계나 반지를 맡기고 10만원 빌려 가는 사람이 1주일에 3, 4명 정도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품목을 전문화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등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신암동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장모(44)씨는 "유흥업소 종업원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전당포로 활로를 찾아야겠다"며 "차량이나 보석류 등 고가제품으로 저당물을 전문화하고 인터넷 전당포도 함께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 전당포협회는 현행 전당포업이 지난 2001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일반 사채업과 동일한 이자율 적용을 받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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