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사탕수수밭 길목 어느 마을 어귀에 조그만 다리 하나가 있다.
다리의 이름은 '아이고 다리'. 미국땅에 세워진 다리니까 혹 I go Bridge(다리)쯤으로 연상할지 모르나 사실은 한국어로 된 '아이고 다리'다.
'아이고 죽겠다'거나 '아이고 머리야'할때의 '아이고'란 뜻이다.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선전에 가난에 찌든 고향을 떠나 요즘으로 말하자면 '외국 근로자' 신분으로 하와이에 왔던 한국인들의 고난과 피땀이 어린 다리이름이다.
하루종일 수수밭 일을 하고 파김치가 돼 건너 숙소로 돌아오면서 너도나도 '아이고 다리야'고 고통 섞인 한탄과 신음을 토해내자 말뜻도 모르는 수수밭 관리인이 다리 이름을 '아이고 다리'로 지었다는 얘기다.
150년전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하와이로 왔던 한국인 노동자들의 비애와 고난의 아픔이 다리 이름에 슬프게 묻어 난다.
북간도 이민의 역사도 따져보면 국력이 스러진 가난한 나라의 민초들이 가난과 핍박을 벗어나보려 몸 부림친 드림(꿈)의 엑소더스(탈출)였다.
그때의 시베리아와 북간도 만주벌판으로 떠났던 드림 세대는 1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대부분 궁핍과 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3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으로 한국으로 밀려오는 중국 동북부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 행렬은 바로 만주땅으로 떠났던 '북간도 드림'행렬의 역드림 행렬인 셈이다.
우리 민족에게도 그런 아이고 다리같은 '드림'의 슬픈 역사가 있었음을 새삼 짚어보는 것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찾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농성과 잇달은 자살의 비극을 보면서 부자나라의 법 잣대 대신 우리도 한때 드림의 땅을 찾았던 가난한 나라였다는 인간적 감성으로 문제를 풀어보자는 뜻에서다.
'불법체류 외국노동자'. 법무부의 법률용어로 풀어보면 '단속하고 잡아다 강제로 쫓아내야할 불법자들'이란 이미지가 든다.
반대로 감성적 뜻으로 풀어보면 '한국인이 싫다고 안하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만 골라가며 불평없이 대신 해주고 임금은 절반의 절반에도 감지덕지하는 바보처럼 착한 일꾼들'이란 말로 풀어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그들이 쫓겨가고 나면 험한 일 하겠다는 한국 노동자를 구할 수도 없어 벌금을 물더라도 그들을 계속 숨겨가며 고용하려고 한다.
명동성당 등 곳곳에서는 제발 더 오래 일하게 해달라는 절규와 농성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농성장에는 '뼈빠지게 일했는데 강제출국이냐'는 플래카드도 보인다.
그들이 뼈빠지게 일한 건 사실이고 그들이 쫓겨가면 비게되는 작업장의 생산라인이 멈춰서게 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업주마저 공장유지를 위해 숨겨주는 상황에서 11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색출하는 공권력 소모전 또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현안문제가 된 외국인 노동자 단속해법을 두고 두가지를 고려 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과연 세계화된 OECD 국가답게 돈도 많고 휴머니즘도 있는 국가이고 민족인가 아니면 돈만 있고 '아이고 다리'의 전설과 고통은 까맣게 잊은채 더럽고 힘든 일은 싫어하면서 가련한자나 핍박하는 인간미를 잃어가고 있는 민족은 아닌지.
지난달말 현재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임액이 31억이 넘고 1천459명의 외국근로자가 평균 200여만원씩의 임금을 떼먹히고 있다기에 하는 말이다.
법집행의 사회적 공익 효과는 물론 중요하다
그에 못잖게 현실적 노동환경과 근로자 수급의 경제적 논리도 중요하고 그것은 실리적으로 고려돼야한다.
4년 이상 출국이란 획일적 법집행은 율사들의 징벌적 사고다.
그 보다는 숙련정도, 업종별 노동자 수급상황, 한국인 노동자 대체 가능성 등 합리적 현황을 토대로 선별하는 CEO적인 법집행 사고가 필요하다.
또한 외국노동자를 겨냥한 공권력도 불법체류의 약점을 악용하여 임금을 체불하고 과다한 노동력을 착취하는 쪽에 더 강하게 가해져야한다.
궁핍하고 나약한 자를 괴롭히는 죄는 반드시 그 죄업을 더 크게 되받는 법이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우리가 싫다는 궂은 일 맡아 해주는 그들에게 아이고 다리의 고난을 겪었던 처지가 잠시 뒤바뀌었다고 윽박지르고 핍박한다면 되받게 될 그 죄업이 두렵다.
우리의 사회질서가 위험해지고 노동인력 고용구조의 건전성이 위협받지 않는 수준이라면 좀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펴자. 돈좀 벌었다지만 우리 역시 아이고 다리의 슬픈 역사 위에서 일어선 나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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