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시골 집 근처에는 시냇물이 흐른다.
큰비라도 내려야 냇물에 물이 흐를까, 평소에는 물이 그렇게 많이 흘러내리는 냇물이 아니다.
이 냇가에 가끔씩 도회에서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냇물에 초망을 던지고, 새끼 손가락 만한 피라미를 양동이에 담아서 만면에 탐욕스런 웃음을 띠며, 피라미들의 반짝거리는 비늘을 벗겨내는 걸 보게 된다.
그러면 나는 이내 속에서 욕지기 같은 게 끓어올라 도무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당장에 그 자리를 뜨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왜 잡지 말라고 하느냐, 당신이 뭔데?"라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왜 그러는지 생각을 해보라고, 생각해보면 알 것 아니냐"고. 그러면 그들은 승용차 트렁크를 열고 초망과 고무 양동이를 싣고 더 깊은 산골짜기로 차를 몰아간다.
분명히 어디 다른 곳에서 또 초망을 던질 기세다.
이대로 그들은 돌아가질 않을 사람들이다.
"유일한 세계란 다름 아닌 인간이 없는 자연(自然), 바로 그것이다". 알베르 까뮈는 수필집 '결혼, 여름'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바꿔 말한다면, 인간이 있는 이상 자연은 위태롭고, 침해받고, 사라진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서구 이성주의의 자연관에 위반되는 까뮈의 자연관은 바로 동양적 자연관이다.
그러나 지금 동양의 자연관은, 아니 우리의 자연관은 어떤가. 우리는 차라리 더 서구의 이성적 자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웅덩이 속 물고기들의 유영을 보면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란 날 것으로 회를 치거나, 기름에 튀겨 먹고 싶은 식욕이 앞서는 우리는 생각 없는 사람들이다.
살아 움직이는 부드러운 물고기의 유영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모르는 우리는 생각 없는 사람들이다.
은비늘 피라미 몇 마리 노는 물 속에다 미친 듯이 달려들어 집 채 같은 초망을 던지는 우리들은 진짜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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