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때쯤이면 수능시험의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수능시험과 관련된 자살 소식이 있었고 여러 매체,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는 수능제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최근 수능시험이 맹목적인 암기나 주입식 수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 객관식 시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험 형태라고 주장한다.
수능에 대한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현행 수능시험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곧 수험생이 되는 고교 1, 2학년생들로서는 어떻게 하면 고득점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이 올해 수능 고득점 수험생을 면담한 결과를 들어봤다.
이들의 학습 습관과 특징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것도 예비 수험생들에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언어영역
평소 모의고사에서 고득점하던 수험생이 실제 시험에서는 망친 경우가 많았다.
반면 다소 산만한 듯 하지만 잡다한 것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학생들이 대체로 점수가 좋았다.
언어영역은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누누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에 옮기는 학생은 많지 않다.
문제를 풀면 공부지만 책을 읽는 건 공부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 고득점을 위한 3대 요소는 언어감각, 독해력, 속도이다.
이 세 가지는 문제집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없으면 백 권의 문제집을 푼다고 해도 출제 경향이 조금만 바뀌면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많이 틀리는 수험생은 독서를 통한 작품감상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있으면 한두 권의 문제집만 풀어봐도 문제풀이 요령을 깨닫게 된다.
언어영역 시험은 분석적 읽기보다는 독서를 통해 배양되는 직관력, 추리력, 상상력 등을 중시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분석의 궁극적 목적은 종합=글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줄거리에 젖어드는 독서를 해야 예민한 언어감각을 배양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는 훈련을 해야 실전에서 활용가능한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많이 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균형 잡힌 다독과 정독을 통해 독해력과 탄탄한 어휘 실력이 갖추어진다.
참고서에 실린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법으로는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감동을 맛보며 고전 작품을 몇 권 읽는 것이 문제집 풀이보다 더 낫다.
기본에 충실하면 문제풀이 기술은 보다 쉽게, 단기간에 터득할 수 있다.
▲늘 사전을 활용하라=책을 읽을 때 국어사전과 옥편을 곁에 두고 새로운 어휘를 만나면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영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듯이 국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언어영역 고득점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리탐구Ⅰ
해마다 확인되는 사실이지만 패턴에 익숙해지는 문제 풀이 중심의 학습에 중점을 두는 수험생은 고득점하기가 어렵다.
올해도 고액 과외나 학원 강의를 통해 어려운 실전 문제를 많이 풀어본 학생보다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을 중시한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고득점 했다.
특히 만점을 받은 많은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는 수능시험 일주일 전에 수학 교과서를 다시 정리했다고 한다.
이는 끊임없이 기본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조기진도는 생산적이지 않다=최근 몇 년 동안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미리 배우지 않으면 고득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때 고교 수학을 배우고 고교 저학년 때 고학년 범위를 앞당겨 배운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니 밖에서라도 미리 배우지 않으면 학교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먼저 배운다고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든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배우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어떤 과목이든지 처음 배울 때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엔 반복적으로 다시 봐도 여전히 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은 과정이 중시되는 영역이다.
한 계단을 밟아올라갈 때마다 제대로 확고히 다지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확실한 길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끝까지 혼자서 해결하는 습관=고득점 학생들은 대부분 답을 보지 않고 끝까지 혼자서 풀이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혼자 공부하게 두면 한 시간에 몇 문제밖에 못 풀지만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받으면 몇 배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생각하는 과정에서 인내심과 지구력은 물론이고, 응용력과 추리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등이 배양된다.
특히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학습법이 더욱 중시될 것이다.
■사회.과학탐구
질문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사실에 의문을 품는 학생,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점수가 좋았다.
매년 확인되는 것이지만 사회.과학탐구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나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려는 학생이 일반적으로 고득점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사탐, 과탐은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입시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득점한 학생들은 대개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며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탐구영역에 자주 나오는 자료 제시형 문제에서는 수학적인 추론 능력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교양과 상상력, 문장 독해력이 있는 수험생들이 고득점하는 경향이 높았다.
▲요점정리 위주의 학습은 실패한다=기본을 제대로 정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것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진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대신 공식이나 핵심 요점을 암기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수능시험에서 단편적인 정보의 암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식 자체보다는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탐구과목은 과목의 이름처럼 탐구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답보다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사쟁점들을 정리하라=사회.과학 탐구는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
반드시 시간을 두고 내용을 음미하며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탐구 영역은 문제풀이를 위한 배경지식과 상식이 중요하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크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어
수능시험 체제가 도입된 이후 외국어 영역은 변별력이 가장 떨어지는 과목이 됐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올해도 별 어려움 없이 고득점할 수 있었다.
최근 영어에서 고득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독해력이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에서는 논술과 심층면접의 제시문을 영어로 출제하는 대학이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열에서는 영어 실력이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자신문을 활용하라=최근 수시와 정시모집 논술, 심층면접에서 영문으로 된 시사적 문제들을 출제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영자신문이나 잡지를 꾸준하게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내년부터 상위권 대학 인문계 경우는 영어 실력이 입학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영문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앞으로 어려워질 영어 시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문법적 기초를 등한히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우리 영어 교육은 너무 문법적 요소를 중시해서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습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부분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문법을 모르고서는 고급 영문을 해독하거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
▲영영사전을 활용하라=영영사전을 이용하면 단어의 뜻과 뉘앙스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영한 사전보다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영영사전에 나와있는 단어풀이를 보는 것 자체가 독해력 공부가 된다.
듣기는 매일 테이프를 꾸준히 듣는 것이 중요하며 짧은 예문들을 암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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